Pandemonium 악마 혈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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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할 정도로 투명한 피부.
두 볼에 복숭아처럼 살짝 물든 핑크빛.
자신을 올려다보는 초롱초롱한 자색 눈동자.
그보다 값진 것은 리에 그 자체였다.
"이..이런게 가능해? "
멜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에 뭔가를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다시금 꾹 닫아버렸다.
멜디는 잠시 하늘의 상태를 점검하듯이 바라보고는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자신은 여전히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채 자리에 얼어붙어있었기 때문에 주변의 시공간이 어지러워지듯 휩쓸려 변하는 것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순 공기의 냄새와 온도가 급격히 변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신지태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도안돼 ───!
"여,여기가 어디야? "
방금까지 학교 쓰레기소각장이었는데!
"넌 악마들을 상대로 큰 배팅을 했잖아? 그래서 여기로 데려왔어. "
멜디가 진짜 기쁜듯이 자신의 등을 어루만져주었다. 그 따뜻한 감촉에 흠칫 놀랐지만 더 놀라운 것은 눈 앞의 광경이었다.
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들 절반이 불타 사라지고 있었다.
나무들은 생기없이 말라 비틀어져 죽어있었는데 신기한 것은 싱싱해보이는 열매가 매달려있었다는 점이다.
지태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땅 지척에 사람 내장 비슷한 것들이 엉커져 움직이고 있었다.
꿈틀거릴때마다 생명과 죽음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듯해서 불쾌해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역겨움에 토가 나올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 여기가 ... ? "
창백해진 얼굴로 멜디를 바라보았다. 지태의 표정에서는 암울과 함께 여기가 악마의 소굴이냐?라고 묻는 듯 했다.
"지금 널 그곳에 데려갈 수 없어."
"그곳이라니?"
"많이 알면 죽어."
멜디가 미간을 와작 구기자 다시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전에 보았던 모습이 단순히 착시효과라기에는 이제 너무 정신이 말짱하다. 그리고 멜디는 여기에 온 순간부터 웃고있지 않았다.
뭔가 사뭇 진지하게 무언가를 계속 경계하고 있는 듯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사실 자신을 구해줬다는 이 악마라는 소녀가 자신의 편일지 아닐지 가늠하고 있었다는게 더 가깝지만.
무서울 수록 냉정한 판단이 시급했다. 아까부터 이마에서는 땀이 넘쳐나듯 흐르고있었다.
"지태.거기서 움직이면 안돼.지금 곧 올거같아..... "
"뭐,뭐가?제발 알아듣게 설명 좀....! "
그 순간 이 시공간을 뒤덮는 굉장한 굉음이 멀리서 울려퍼졌다.
"...!"
자동적으로 몸이 웅크려 귀를 막았다.
멜디는 자신이 방호벽을 쳐놨으니 괜찮을거라는 말로 소곤거린듯 했지만,자신에게는 괜찮지 않았다.
실제로 저 멀리에 있는 불이 아까보다 더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나무가 조각조각 부서져버리거나 열매가 터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땅의 내장같은 것들이 열매가 떨어지자 생기를 돋구는 듯 심장이 팔딱이듯 움직이고 있었다.
이 광경만으로도 지태를 괴롭힐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멜디가 아까보다는 조금 펴진 얼굴로 자신을 불렀다.
지태도 웅크리던 몸을 펴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멜디 옆에 다른 소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리끝을 걸친 눈부신 브론드 헤어를 찰랑거렸다. 눈이 큼직하게 초롱초롱한게 살짝 올라가 새침하게 보이는 것이 귀여웠다.
분명 어린애라는 생각은 들지않았지만 또래보다 볼이 통통한게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바짝 힘을 주었다.
키는 155정도 되보이는 작은키였지만 그 위품과 품격만큼은 뒤지지 않는 듯 했다. 어찌보면 살짝 거만해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맘에 안드는지 째려보는 그녀가 무서워서 당혹스럽게 멜디를 쳐다보았지만 멜디는 그런 저를 살짝 무시하고 웃으며 서로를 소개했다.
" 이쪽은 리에. 그리고 얘는 "
멜디가 자신을 가르키는데 리에라는 여자가 굉장히 짜증나는 말투로 그녀의 말을 잘라 끊었다.
"말 안해도 알아. 지금 얘 모르면 간첩이지. 뭐야~생각보다 뚱뚱하잖아? "
리에의 입꼬리가 장난스럽게 말아 올라갔다.
"..."
순간 욱해서 한소리를 하려고했지만 사실이여서 고개를 푹 숙였다.
"리에!말이 좀 심하잖아."
"흥,사실이잖아?"
"그나저나 너 말야 결계안치고 이렇게 와도 괜찮은거야? 마력을 뿌리고서 오던데..."
진심과 걱정을 담아 멜디가 말하자 리에는 일순 당황하더니 두 볼이 살짝 붉어졌다.그리고는 고개를 휙 돌려 다시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
"난 강해서 괜찮아. 흥,어차피 보호령놈들은 내 상대가 되지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