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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살던 예전 외할머니 집.
나가토유키 | L:57/A: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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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263 | 작성일 2021-05-16 23: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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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살던 예전 외할머니 집.

외할머니께서 사촌 언니 넷이랑 같이 살던 예전 집 이야기야.

언덕 위에 혼자 덜렁 있는 단독 주택이었어.

지어진지 오래 됐지만 꽤 예쁜 집이었어.

80년대 영화보면 나오는 천장이 나무로 되어있는 예쁜 집 있잖아.

그런 집이었는데, 집 자체가 예쁜 것과는 달리

거기에 살기만 하면 다들 사업이 망해서 야반도주를 한다,

밤마다 귀신이 나온다 하던 소문이 있던 곳이었어.

여자 다섯이서 이사를 오려니까 음기가 쎄서 귀신이 더 나올거다 수근댔었지.

 

진짜 그 집에서 내가 겪은 일화가 많은데, 하나만 풀게.

 

그 당시 우리집은 외할머니네가 있는 언덕 맨 아래에 있었어.

그때 초딩 저학년이었던 나는 학교에서 급식을 하기 전이어서

학교가 끝나고 배가 고프면 아무도 없는 외할머니네 가서

(외할머니는 귀신붙은 집이라 도둑도 안든다며 소~ 쿨~ ㅋ 하게 현관문이고 대문이고 다 열어놓

고 다니심)

걍 냉장고 뒤져서 알아서 밥 차려먹고 언니들 올때까지 혼자 티비보고 놀았어.

나랑 사촌 언니들이 나이 차이가 많이나서 다들 고딩, 대딩, 직장인이어서

어떤 날은 저녁 늦게까지 아무도 안들어 오는 날도 있었지.

 

어느 날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집에 책가방 던져놓고

외할머니네 집에 가서 부엌에서 혼자 밥 먹고 안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어.

리모콘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나냔의 손이 그 순간 멈췄지.

누군가 안방 문을 손톱으로 사각, 사각, 드르륵, 드르륵, 긁는 소리가 들렸어.

그때까지만해도 무섭다는 생각을 안했어.

사촌 언니들 중 누군가가 일찍 집에 와서 장난친다고 생각했거든.

티비를 끄고 거실에 나와서 언니가 어디에 숨었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내 뒤에서

'아악!!!!!!!!!!!!!!!!!!!!!!!!!'

여자 비명소리가 들렸어.

식겁해서 뒤도 못돌아보고 덜덜 떨고 있는데

'꺄하하하하 하하하하!! 나가!!!!! 나가 이년아!!!!!!!!!!!!!!!!!!!'

하는 여자 목소리도 아니고, 남자 목소리도 아니고,

어린 애 인가? 어른인가? 나이도 짐작할 수 없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목소리가 내 등 뒤에서 들렸어.

그리고 차가운 뭔가가 내 등을 툭툭 치는거야.

깜짝 놀래서 뒤를 돌아보면, 나가라는 목소리는 천장에서 들리고,

천장을 쳐다보면 또 내 뒤에서 들리고, 뒤를 돌아보면 천장에서 들리고.....

차가운 손은 내 등을 계속 나가라는 듯 현관으로 떠밀고....

결국 나는 엉엉 울면서 집에서 뛰쳐나왔어.

그 언덕을 구르다시피 정신없이 내려와서 우리집에 들어가자마자

문이란 문은 모두 잠그고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쳐 울었어.

 

그 일이 있었던 후에는 외할머니네 집에 가기 전에는 꼭 전화를 걸어봤었어.

아무도 안받으면 외할머니네 가고, 언니들 중 누군가 받으면 가고,

외할머니께서 전화 받으면 당연히 가고, 귀신이 받으면 안가려고......

결국엔 귀신이 받기는 받더라.

째지는 웃음소리+비명+뭔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

잘 기억은 안나는데 대충 이랬던거 같애.

이 전화 끊고 나서 토하고 열 오르다가 결국 새벽에 응급실 실려갔었어.

그 후에는 전화거는게 더 무서워서

그냥 외할머니네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 여기서 밥 먹고 갈거야!!!!!'

소리 꽥 지르고 들어갔어.

그래도 무서우니까 한동안은 눈물 콧물 흘리며 외할머니가 가르쳐준 염불 외우면서 밥 먹었었어.

왜 그러면서도 기를 쓰고 외할머니네 가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티비 보다가 방문을 툭툭툭 차는 소리가 들려도

'시끄러워!!!' 대꾸하는 지경에 이르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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