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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믄 니는 하지마라. -02
삼철 | L:15/A: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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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368 | 작성일 2012-04-05 16: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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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믄 니는 하지마라. -02




 "흥 오빠가 잘못한 거니까 난 몰라!"



 '알고 있지만 말하기 싫어'라는 말투로 새침데기 소녀처럼 팔짱을 끼고 고개를 휙돌린다.



 "아, 이아이 성격 꺼슬꺼슬하네 옛다 쪼꼴렛 하나줄께 말해라"


 
 남자는 오른쪽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금색 은박지로 돌돌말려져 있는 엄지손가락만한 초콜릿을 하나꺼내서 김인희에게 내밀었다. 남자가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다가 너무달아서 어금니가 썩을것 같은 느낌에 못먹겠다고 남긴 초콜릿이었다. 그래도 먹기는 많이먹었는지 반의 반도 안남아있을 정도로 작아져있었고 따듯한 주머니속에 오래 있다보니 물 먹은 지점토 반죽처럼 흐물거렸다. 



 "으에 그런 더러운거 안먹어도 초콜릿은 여기 잔뜩있어."



 김인희는 과자와 초콜릿이 가득한 카트안에서 손을 뻗어 뒤적거리더니 사지멀쩡한 초콜릿을 하나꺼냈다. 남자가 건낸 초콜릿과 같은 품명의 초콜릿이지만 남자가 건낸 초콜릿이 음식물 쓰레기같이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김인희의 초콜릿이 고급스러워 보인다. 초콜릿을 찾아낸 김인희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남자의 눈앞에서 초콜릿을 흔들었다. 남자는 당황하며 황급히 초콜릿을 뺏어다가 로렐라이가 타고있는 오른쪽 카트에 집어 던졌다.



 "아이야 저거 아직 니꺼 아니다 계산도 안한 물건을 막집어 먹으면 계산해주는 아줌마가 이노옴 하면서 엉덩이 찰싹찰싹 때려버린다. 그러니까 자, 내가 주는 공짜 쪼꼴렛묵고 아는대로 불어라"



 '아이에게 초콜릿은 자백제다'라고 생각하는건지 은박지를 벗겨내더니 녹아서 허리가 끊어지기 직전의 초콜릿을 검지와 엄지를 사용해서 조심스레 꺼냈다. 손가락 때문에 이제는 더럽게까지 보이는 초콜릿의 끔찍한 모습에 김인희는 눈이 땡그래지며 입술을 꽉다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 하지않고 꽉다문 입술에 초콜릿을 억지로 밀어 넣을려고하자 김인희는 기겁을 하며 왼손으로는 입을막고 오른손으로는 남자의 손목을 잡아서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약먹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는것 같다.



 "으으응 시이이러어어어"



 "아 해봐 아 이거 묵으면 쪼꼴렛 또줄께."



 "으으으읍!"



 남자의 계속되는 음식 폭력행위에 좁은 카트안에서 발버둥까지 치며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얼마나 세게 발버둥치는지 카트는 최창살 흔드는 소리가 나고 과자봉지들은 '퍽'하는 단말마를 지르며 내용물을 토한다.



 "시이이르은데에!"



 예상외의 거센 저항에 힘이 부친 남자는 상기된 얼굴로 조금 거칠게 숨을 쉬면 쉬며 일보후퇴한다. 김인희라고 고생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괴롭힘을 당하는지 억울해서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 격한 공방전에 초콜릿도 한방울의 검은 땀을 똑하고 떨어뜨린다. 이런 쓸대없는 에너지 낭비로는 승부가 날것같지 않다. 남자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이아이 안되겠네 니 이렇게 먹기 싫어하믄 이거, 이 맛난 쪼꼴렛 확 이아이한테 줘버린다?"



 남자는 초콜릿으로 오른쪽 카트에 타고있는 로렐라이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까 김인희에게 뺏어서 던져버린 초콜렛을 꽈득꽈득 씹고있는 로렐라이가 팔자좋게 두 사람의 싸움아닌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응"



 김인희는 양손으로 입을 막고서 빨리 줘버리라는 눈빛과 함께 대답했다. 김인희의 예상외의 반응에 남자는 '아이들에게 초콜렛은 자백자다'라는 가치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뭐...뭐라고? 줘버린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응"


 "진짜한디? 진짜 이아이한테 줘버려?"


 "응 빨리 줘버려"



  어릴적 남자에게 초콜릿은 마법의 과자였다. 이 검고 윤기나는 과자를 입에 넣고 살살 녹여 먹으면 달콤 쌉싸름하고 달달한 향기가 입안에 가득퍼져서 세상이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초콜릿을 먹기위해 엄마몰래 저금통의 돈을 털어서 초콜릿을 사먹은 적도 있었고 저금통의 돈이 차지않는걸 수상히 여긴 엄마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하나주며 '저금통 돈이 없어졌는데 왜 그런지 아니?'라고 물어봤을 때 초콜릿의 맛에 사로 잡혀서 순순히 자신의 범행사실을 드러내고 엉덩이에 불나게 맞은적도 있는 그였다. 하지만 그 아픔도 초콜릿 하나에 풀어지는, 그런 마법의 과자. 성인이 되고나서는 너무 달다고 느껴져서 잘 안먹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초콜릿은 자백제다'라는 가치관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그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 꼬맹이 김인희에 의해서 박살나기 직전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가치관이 붕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떨리는 손으로 로렐라이게 초콜릿을 내밀었다.



 "으에 이상한 오빠 나도 먹기 싫어"


 "오매"



 로렐라이도 싫은 표정을 하고 카트안에서 최대한 멀리 물러난다. 남자도 정신 충격에 뒤로 주춤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로렐라이는 아까 김인희에게 뺏어다 던진 초콜릿을 먹고 있었다. 이는 곧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증거요 로렐라이에게 이 초콜릿을 먹일 수 있는 포석이기도 했다.



 "아이야 잘봐라 이 쪼꼴렛 어떻게 생겨먹었나?"



 땀을 뚝뚝흘리는 초콜릿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서 로렐라이가 보기 좋게했다.



 "다 녹아서 물렁물렁"


 "그지? 녹아서 물렁물렁하지? 근디 아까 니가 묵은 쪼꼴렛, 그거 처음먹을 때는 딱딱했지? 하지만 니 입속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됬나?"


 "으응... 물렁물렁"


 "거봐라 니 입속에 들어가니까 물렁물렁해 졌지? 이게 니 입속에 있던거랑 똑같은 거여 이제 아 해봐"


 "아"



 로렐라이는 뭐에 홀리기라도 한것처럼 입을 벌렸다. 그 찬스를 놓치지 않고 남자는 로렐라이의 입안에 초콜릿을 집어 넣었다. 초콜렛이 들어가자 마자 로렐라이는 반사적으로 입을 닫았는데 그 때문에 남자의 손가락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마치 로렐라이가 남자의 손가락을 사용해서 휘파람을 부는것 같았다. 로렐라이는 초콜릿을 천천히 녹여서 먹을 생각인지 혀를 이용해서 천천히 녹이는데 남자의 손가락에 붙어있는 초콜렛도 핣는 로렐라이의 혀놀림에 '개가 내 손가락을 핣으면 이런기분일까'하는 오묘한 감각을 느껴야했다. 이미 녹아있던 거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새 다 먹은 로렐라이가 손가락을 밷어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입에서 나오는 손가락에서 길게 침이 묻어나왔는데 김인희의 등에 쓱쓱 문질러서 닦았다. 뿌듯해진 남자는 노발대발하는 김인희를 뒤로하고 침묻었던 손으로 로렐라이의 머리를 쓱쓱 문질러 주었다.



 "맛있나?"


 "마시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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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8/A:392]
accelerator
마시쪙!!
2012-04-05 21:34:01
추천0
[L:47/A:372]
언트
ㅋㅋㅋㅋ
2012-04-06 11:00:01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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