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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크 | L:5/A: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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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494 | 작성일 2013-04-27 23: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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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가 있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제목 그대로 잡입니다. 여러개 때려친 것들을 모아놨습니다

※두줄을 경계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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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에 늘러붙은 끈적한 액체, 마을 곳곳에 널려있는 시체들... 어두운 밤 하늘에 불길한 기색을 흩뿌리는 붉은 달...
마을 중앙, 분수대 위에선 흑발의 소년이 자신의 신장보다 큰 여성의 목을 마치 봉제인형이라도 쥐고 있는지 가벼히 쥐어들고 있었다.
목에선 뚝-뚝-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여성의 목숨은 아직 다한것 같진 않아보였다.
그녀는 숨을 껄떡이며 '살려줘'라는 말을 연신 외친다, 목구멍에서 나오고 있는 피는 그녀의 기도조차 막고 있어 크게들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녀의 목을 붙잡고 있던 소년에겐 들릴정도였다 소년의 귓가엔 닿지않았다.
손을 움켜쥐자 여인의 목은 짓눌려 부숴지며 뼈의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되버렸다
자신의 하얀 손목을 따라 흐르는 진홍색의 액체를 혀로 훑으며 소년은, 바라보았다.
분수대의 앞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과 동일한 소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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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어이! 견습!!"

가벼운 느낌이 드는 남성의 목소리에 소년은 눈을 떠,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널찍한 공터, 아니 공터라기보단 평원에 가까운 그곳에서 소년은 통나무 위에 앉아 몸을 웅크리며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그거 써야되니까 좀 나와"

손가락으로 소년이 앉아있던 통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소년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짐들을 하나씩 들고 어다론가 바삐 이동하거나 움막같은걸 만들고 있었다.

소년은 어벙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여긴?..."

어이없다는 듯 코를 찡그리는 그...

"하아? 무슨 태평한 소리야? 마왕퇴치군 진지잖아? 자원해서 견습으로 들어온 녀석이 맹- 해가지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그는 이내 웃음을 터트리며 소년에게로 다가갔다

"어이, 이름이 뭐야? 난 엘크, 길드소속 랜서다"

겉으로는 얄팍해 보였지만, 악수를 청할때 그의 갈색 피부 아래로 근육이 꿈틀거리는 걸로 보아 괜히 길드소속, 마왕퇴치군에 소속해 있는것은 아닌것 같았다

"저..저는 리온이라고 합니다, 리온 마르스..."

리온이 담요 대용으로 덮고 있던 망토에서 팔을 뻗자, 과연 그 아래로 피가 흐를까? 싶을 정도로 창백한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엘크가 '이녀석... 여자인가?!' 라고 착각을 해 버릴정도로...

물론 그의 중성적 외모와 다른 남성들보다 왜소한 체격도 한 몫했지만...

엘크는 농땡이라도 피울 겸, 잠시 대화라도 나눌겸 리온이 걸터 앉아있던 통나무 옆에 가서 앉았다

"어째서 마왕퇴치군에 견습으로 들어온. 거지? 왠만한 프로길드원들도 들어오기 꺼려하는데?"

리온은 갑작스런 엘크의 물음에 머뭇거리더니 곧, 시선을 하늘로 향하곤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 그러니까... 동..동경하는 사람이 있어서... 랄까요?"

"동경?"

그가 되물었다

"네"

"누굴?"

"에..."

소년은 얼굴을 붉히며 손끝으로 볼을 긁적 거렸다. 말하기를 주저하는 것이리라...

"로...로한 아르마스 이사벨..."

어떤 이의 풀네임이 소년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누구였더라?...

엘크는 머릿속으로 곰곰히 생각해 보다가, 매치업이 되는 인물이 떠올랐는지, 얼굴표정을 굳혔다.

'정색'이 아닌 '경직'...

엘크의 머릿속에서 정리되어 있던 '로한 아르마스 이사벨'이란 인물은 길드 랭킹 7위의 투기사로써, 여성이고, 잘 빠진 몸매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 같은 길드 소속이라 마주친 적이 적지 않기에 그는 그녀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괴력녀'

남녀의 신체적차이를 돌파하여 7위가 된 그녀는 왠만한 중상급 악마는 혼자서 처리할수 있을 정도 였다.

참고로 중상급 악마가 어느정도 이냐... 하면, 코끼리를 일격에 쓰러트릴 정도이다

어쨌든 그런 그녀를 동경하다니... 차라리 나를 동경하는게 낫지 않아?! 라고 속으로만 외치며 그는, 엘크는 리온에게 다시 물었다.

"어...어째서?! 그녀석 별로 성격도 않좋은데?!"

피시시식

가볍게 미소지은 리온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뇨, 성격이나 그런걸 보고 동경하는게 아니라, 여자라는 틀 안에 갖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틀에 자신을 제약하지 않는다는 점... 그걸 동경하는거에요"

"에...뭐? 난 뇟속까지 근육이라 잘 이해를 못하겠다만?"

"음...... 쉽게 말해서, 강하니까요"

".......강한 여자 좋아하지 마라, 나중에 휘둘려산다"

"아뇨아뇨아뇨아뇨, 조...좋아한다는게 아니라 동경이라구요!"

"그게 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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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질 않아....
말을 걸어줄 사람도 없어...
할수 있는 일 이라면 가만히, 숫자를 세는 것뿐...
하나, 둘, 셋으로 시작했던 숫자들이 이젠 방을 모두 뒤덮었어...
싫어... 이런건 더이상 싫어...
이 좁고 갑갑한 공간에서 나가고 싶어...
누군가 나를 좀 도와줘....
누군가...누군가 제발 나를 이 곳에서 꺼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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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 마을 구석의 한 경매장에선 열띈 흥정이 끊이질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그 경매장의 중앙, 흙밭위에 쌓아올려진 나무상자의 꼭대기에 잘 보이도록 올려놓은, 은색 프레임과 피스톤이 훤히 들어나 있는 기계팔이 오늘의 매물이였다.

"천 에스트!"
"이천!"
"이천 오백!"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연령대와 성별은 전부 제각각, 젊은 처자도 방금 삼천이라는 돈을 경매에 쏟아부었고 나이지긋하게 든 할아버지도 그보다 오백에스트 비싼 가격을 내걸었다.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의 차림새는 하나같이 기름때에 찌들어 칙칙한 색조의 옷이였고 그들의 얼굴엔 시커먼 검댕이 칠해져 투박한 인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왜 평범한 차림새가 아닌... 직설적으로 말해 '거지꼴' 을 하고 있냐 라고 물어온다면 이렇게 답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곳은...  '기계문화로 호황을 이룬, 아이오스 대륙의 중남부에 위치한 나라, 알피노 제국이니까 당연한 이야기잖아?' 라고



"만 에스트!"

소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진다.
그의 목소리가 컸다기보단 경매장 뒤쪽의 고물산 어느곳에 자리잡고있을 확성기까지 목소리가 닿았기 때문이라라...

소년의 그 한마디는 경매장안에 꽤나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목소리의 메아리가 세번쯤 울려퍼졌을땐 그 어떤 이들도 경매가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천 에스트 라는 돈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루 생활비 정도 나되는 작지 않은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소년은 그것의 다섯배에 해당하는 돈을 너무나도 쉽게 부른 것이였다. 도박에서 크게 따지않는 이상, 평범한 자산을 가진 주민들이라면 마음을 접을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참고로 소년이 값을 부르기전, 경매가는 오천 에스트...
단번에 경매가가 두배로 뛴 셈이다.

경매주최자는 한동안 벙쪄있다 소년의 헛기침 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다시금 목청을 높였다.

"마..만 에스트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만 에스트! 낙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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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기분이 좋은지 기계팔이 든 철제박스를 품에 안고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으후후후... 이젠... 완성시킬수 있어"

넝마를 몸에 두른 그의 몸에게서 기름냄새가 나는 걸로 보아 그도 경매장에 있던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수 있었다.

"어이, 한센!"

아까 경매를 담당하던 이의 뒤쪽에서 땅만 바라보며 애꿎은 돌을 차대던 청년이 친근하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강렬한 햇빛에 의해 탄 그의 피부는 구릿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것을 부각하기 위함인지 그의 차림새는 반바지에 조끼로만 간단히 이루어져있었다.
온몸에 넝마를 두른 한센과는 대조적이였다.

한센의 어깨에 팔을 두른 그는 소년의 가슴팍에 손가락을 푹 찌르며 말했다.

"호오-, 정부랑 손잡더니 돈벌이가 좀 되사나 보구만?"
"이번 일은 보수가 커서 당분간은 여유가 있을뿐이야!"
"으아아... 이 부러운 녀석 같으니라고! 이 형한테 자선사업 좀 하지 않으련?크크"
"혀..형도 착실히 일해서 모으라고"
"2년만에 보는 형한테 할 소리냐?"

먼지바람탓인지 푸석푸석해진 한센의 머리칼을 거칠게 헝클이며 그 특유의 장난스런 얼굴로 씨익 웃어보인다.

"으흐흐"
"으아아! 그..그만해"
"호오라? 형한테 명령질이냐? 건방진 동생녀석 같으니라고"

한센의 머리위에서 손을 떼어낸 리안은 소년의 어깨에 양손을 얹고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오랜만이야, 잘돌아왔어"

한센은 갑작스런 그의 태도에 잠시 어쩔줄몰라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시선을 피할곳을 찾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곤 밝게 웃으며 맞이해주는 리안의 얼굴을 흉내내며 인사했다

"다녀왔어"

형제의 끈끈한 우애를 채 확인하기도 전에 뒤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어왔다

"이봐아! 리안!"

리안을 고용한 고물산의 주인- 벌크가 팔짱을 끼고 불만 잔뜩인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것이였다
리안은 목소리에 한번, 또 그 위협적인 자태에 한번, 위축되 몸을 움츠렸다

"윽...또 부르네..."

고개를 내저으며 그는, 한센이 향하던 방향과는 반대로 달려나갔다.
리안은 도중에 몸을 반바퀴 돌려 빙그레 웃으며 한센에게 소리쳤다

"한센! 일끝나고 찾아갈테니까 술이라도 한잔 사라!"
"응! '더스트' 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배시시 웃으며, 리안에게 크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멀찍이서 벌크가 리안에게 꿀밤을 먹이는 장면을 바라본 뒤, 킥 하곤 웃음을 터트리더니 발걸음을 아지트로 향했다.

마을 서쪽 쯔음, 경매장에서 시장을 지나 좀 더 걸어 주택가를 빠져나오면 얼기설기 만들어놓은 판자집이 하나 있다.

어려서부터 한센이 이것저것 만들어낸 그 혼자만의 공장이자 창고이자 아지트인 그곳...
거기엔 한센이 만들고 있는 '기계'가 있다.

완성도를 따지자면 80%정도...
형태는 인간과 비슷했지만 그가 정부의 밑에서 만든 휴인(H.U.I.N.)과는 천차만별이였다. 동력장치나 관절운용을 위한 잡다한 장비가 많이 들어간 탓에 어쩔수 없이 사람의 대여섯배는 될정도로 크기가 커진 휴인과 반대로 그가 현재 작업중이던 기계는 인간의 크기에 완전히 부합되어 있었다.

아직 한쪽 팔이 완성되진 않았지만 오늘 낙찰받은 이 기계팔로,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안의 부품으로 완성할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일주일 정도의 시간은 소요되겠지만, 5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고 생각하니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한센은 만 에스트짜리 기계팔이 담긴 커다란 철제가방을 끌어안고 그의 아지트로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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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쌓아 만들어진 듯한 지하실의 안, 중간 중간 매달려진 횃불은 어디까지나  그곳에 벽이 있다 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용도인지 밝기는 그다지 강하지 않아, 각기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의 형태만 눈에 아른거렸다. 게다가 그들은 신원을 숨기기 위함인지 누더기 로브를 덮어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격의 차이는 났지만, 그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리라

횃불 가까히에서 벽에 기대 팔짱을 끼고 있던 샤프한 체격의 청년이 따분한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도대체 언제 출발하는거야!"

"자자, 진정하라고, 아르고, 아직 시간은 한참 남았어"

반대편 횃불 아래 앉아 있던 남성이 그를 타이르듯 말했다.

그 남성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작은 몸집의 소녀가 그의 말을 받아 이었다.

"약 한시간 정도..."

부서질 듯 여린 목소리 였지만, 밀폐된 좁은 공간이라 그런지 소리는 울려 방 안의 사람들에게 똑똑히 들렸다.

"하...한시간 이라니...  이런기분 나쁜 곳에서?!"

아르고는 소리쳤지만 그 불평을 받아줄 이는 적어도 이 지하실 안엔 없었다

[뚜벅, 뚜벅]

날카로운 구두굽 소리가 문가에서 들려왔다. 잠시뒤 문이 열리며 볼륨감 있는 몸매의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 또한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었지만 여성상을 나타내는 그 부드러운 곡선은 두꺼운 천 위로도 드러나있었다

"늦었군...다이나"

지하실 한쪽 구석에서 나무로 만든 수수한 칼집에 들어가 있는 장도를 안고 있던 사내가 말을 뱉어냈다

"뭐, 어쩔수 없었다구... 미행이 따라붙었으니까"

아르고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남성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서,  따돌렸어?"

"아니, 노력은 했지만... 게다가 여기 입구에 도착하니 너희를 따라온건진 모르겠지만 몇명 더 있더라구"

"으음.... 정부의 개들이 냄새를 맡은 건가?"

남성은 턱주가리를 쓰다듬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뒤, 그가 결론을 내렸다

"팀을... 나누자"

나직한 그의 목소리가 방안을 맴돌았다.

"나와 에큐는 비밀통로로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들은 들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그러니까 우리들은 미끼가 된다, 다이나와 아르고는 '물건'을 가지고 '거래장소'로 가, 카인과 포우도 갈라져서 병력을 분산시킨다"

다이나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잠깐? 들키지 않았더라면 너희가 가는게 낫지않아?"

"아니, 그들이 어떤 수를 준비했을지 모르니까 그들을 당황시키는 일은 필요해, 다이나와 아르고는 우리 넷이 나가고 얼마 지난뒤에 바로 목적지로 향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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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바이러스... 공기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 입자가 숙주에 내려앉아,  내려앉은 부위를 좀먹은뒤 그 부위를 대체하며, 그 부분으로부터 점점 증식하여 신경계까지 도달한뒤 결국엔 뇌를 잠식해 감염자를 사망에 이르르게 하는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은 다소 낮은 편이지만, 치사율이 97.72%로, 분류상 레드태그를 다는 '위험한' 질병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2.28%의 사람들은 생존자, 혹은 바이러스의 앞글자를 따 네거티브라 불리며 남들과 다른 세계를 살아가게 된다.

지금부터 시작할 이야기는 그 2.28%의 생존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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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 시경, 시립 병원에 한 소년이 들것에 실려왔다. 증상은 환부의 타는 듯한 고통과 어지러움증... 모두 NE바이러스의 초기 증상이였다
소년의 옆엔 어머니로 보이는 한 여성이 소년의 손을 잡으며 빠르게 응급실로 향하는 들것을 따라갔다.

소년의 반대쪽 팔, 왼팔엔 마치 문신이라도 한 것 마냥 원모양의 검은 줄들이 불규칙적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손 끝에서 부터 어깨까지, 한 쪽 팔을 모두 덮은 저주와도 같은 바이러스의 잔흔은 소년에게 참을수 없는 고통을 선물하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쳐 봐도 무뎌지지 않는 감각은 심지어 죽고 싶다 라는 생각마저 들게했다.

안쓰러운 소년의 모습에 중년의 여성은 끝내 참으려던 눈물방울을 터트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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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사이언티스트

사고가 났다.
그저 나는 깜빡이는 초록빛의 신호등에 맞춰, 길을 건너가고 있었는데-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대형트럭에 부딛혔다.
사람이 죽을 땐, 살아왔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고 했던가?
18살의 짧은 삶이였지만, 일년분의 일기는 쓸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나서 시야가 컴컴해 지더니... 눈을 떴다.
예상대로라면, 죽었거나, 아님 벼락맞을 확률로 살아 엄청난 고통을 인내해야하거나 둘중 하나였건만, 마치 사고가 났던 기억이 꿈-거짓 인 것 마냥 몸에는 오히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문득 든 생각은,
'아, 사고가 나소 식물인간이 됬는데, 시간이 좀 흐른 다음에 깨어난건가?'
그렇다기엔 머리카락은 평소의 위치대로였고, 딱히 신체가 변했다거나 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의문- 그것은 단순한 백일몽이였나?
Nein
거짓으로 치부하기엔 나의 경험과 감각이 너무나 또렷했고 더구나 이곳은 '병실'이였기 때문이다.
평소의 잘 아는 병실- 시립병원은 아니였지만,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라던가 분위기라는게 느껴졌다.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4인실 정도 되는 넓은 곳...
혼자쓰고 있다는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는 주위에 간병인이 있지 않을까, 하고 목소리를 내어봤다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아쉽게도 메아리만이 내 물음에 답해줄 뿐이였다.

으음...

신음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내려와 두 발로 몸을 지탱하자, 발바닥으로부터 차가운 타일면의 감각이 신경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그 흔한 슬리퍼조차 마련돼있지 않았기에 다소 불만을 터트리며 미닫이 형식으로 되어있는 문을 열고 병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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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시간대는 8시 근, 물론 밖은 해가 떨어진지 오래라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있었고 아스팔트 길을 따라 수 미터 간격으로 떨어져있는 가로등 만이 점등하며 길거리에 잔뜩 쌓여 있는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나'의 일은 골목 모서리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카운터를 보는 것, 지금은 딱히 손님이 없어 그냥저냥 자리에 앉아 천천히 책장을 넘겨가고 있을 뿐이다.
손님이 온다면, 재빨리 책을 덮고 맞이할 심상으로 책을 고정하고 있는 왼손엔 네잎클로버를 코팅해 만든 책갈피 하나가 들고있었다.
하지만 마을 구석에 위치해 있고 이곳의 가로등만 마을에서 유일하게 백열등에서 LED로 교체가 되지 않아 '위험해' 보이기에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 약간 서비스 정신을 손에서 놓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책갈피도...

[딸랑]

갑작스레 울린, 편의점 유리문 구석에 붙어있는 종의 소리에 놀라 당황하며 벌떡 일어났고 책을 의자위에 놓아둔다는 것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눈으로 슬쩍, 흘겨본 상황은 읽고 있던 페이지가 섞인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뭐, 그만큼 난장판이였다는 이야기다

마음 속으로는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있었지만, 이래뵈도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준 프로! 이런 사소한 일로 흐트러진 모습을 손님에게 보여줄 순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시야를 줄곧 아래로 하고 있느라 흘러내려간 안경을 바로 쓰고는 영업용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그리고 나서 손님의 얼굴에 시선을 주었다.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 하지만 흔한 얼굴은 아니였으며, 오히려 귀여운 인상의 소녀가 그 자리에 있었다.
소녀는 긴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날씨와는 맞지않게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었다
순간 '사우나를 갔다 온 것인가?' 라고 같잖은 생각을 하며 나도 몰래 웃어버릴 뻔 했다

"저..저기!"

마치 무언가에게 쫒기는 듯, 안절부절,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문쪽에 자꾸 시선을 준다.
그리고 심호흡을 몇번 하더니,

"도..도와주세요!"

'뭘? 어떻게?' 당연히 물어보고 답하여야할 몇가지가 있었지만, 본능인지 재빠른 판단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텔레파시인지,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카운터 옆쪽의 여닫이 문을 열어 그녀를 카운터로 들였다. 그리곤 객 쪽에선 보이지 않을 위치로 그녀를 밀어넣었다.

이 골목의 상황적 요건과 그녀의 상태를 보아, 지레짐작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녀가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 '급박'하다는 것을...

내 예상은 아마 적중했는지 그녀가 몸을 숨긴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금, 편의점에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방금전 소녀와는 반대로 우락부락한 근육과 험악한 인상을 지니고 있어  마치 고전 조폭영화에나 나올법한 사내였다. 물론 사람을 얼굴로만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침이 목구멍을 따라 흘러가는 걸, 이 나로써는 멈출수 없었다.

[꼴깍]

목젓이 움직이며 나는 소리가 더욱 긴장감을 더했다.

그의 묵직한 목소리가 몇초간의 침묵을 깨며 편의점 안을 울렸다

"여기 이만한 키의 여자아이 못봤수?"

그가 거구인 만큼 가슴께에 손바닥을 지면과 나란히 하자, 대강 소녀의 키 정도 되는것 같았다

만약,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들키게 되면 난 도대체 어떻게 될까? 새우잡이배? 장기적출? 세포단위로 쪼개지게 될까? 갖갖은 부정적인 생각이 뉴런을 따라 떠오르는 반면에 입은 이미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네? 여자아이라면 아까 저쪽 골목으로 부리나케 달려가긴 했습니다만...?"
"고맙수"

뭔가 큰 일에 휘말렸다고는 생각했지만 다행히 위협에 굴복하는 본능보단 약한인간을 보호하겠다는 본능이 우세했나보다

작게 고개를 숙여 최소한의 예를 표한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휴우"

막중한 존재감이 없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달게 느껴져왔다.

"휴우..."

그리고 그 감정은 그를 마주했던 나만의 소유물이 아닌것 같았다.

담요로 몸을 덮고 웅크리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 바람에 머리카락은 좀 헝클어져있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은 느낌이였다. 사진이라도 찍어 담아두고 싶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는 건 사양이기에 눈에 잠깐 담아두는 것으로 만족하도록 하자

"이제 갔어요, 나오셔도 되요"

경계심을 완전히 늦추지 않고 담요의 끝자락을 잡은채 토끼처럼 좌우를 확인했지만, 그 일련의 행동들은 내가 이미 행했던 것이였다

완전히 제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담요를 두번 접어 내게 내밀며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고..고마워요, 도움이 없었더라면.. 전... 아마...."

내가 그녀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수는 없는 노릇이였지만 그녀가 몸서리치는 것으로 보아 대강 짐작은 할수 있었다
나는 머쓱해 하며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뭘요, 당연한 일인데요"

담요를 받아들자, 그녀는 문득 바닥에 떨어진 책을 보고서 그것을 주워들었다.

원래 읽고 있었던 책, 카알 리차드먼의 손꼽히는 저서인 Young man's library , 게다가 양장본이다, 양장본

가죽으로 커버를 만들었다는 자체로도 희소적인 면에서 가격이 올라가지만, 절판이 된 책이라 경매에 내놓으면 원래 가격의 5배는 받을수 있을 정도로 희귀한 책인 것이다. 뭐... 팔 생각은 없다만

리차드먼의 책은 내용상, 모순적이며 회의적인 성향이 강해 국내 도서업계에선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한잔의 얼그레이처럼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는 그 맛을 나는 꽤나 좋아했다.

"아아! 저! 이 책 알아요!"

책을 두손으로 꼬옥 잡고 마치 자랑하듯이 소녀는 그렇게 말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신사는 정말 멋졌죠! 행동은 얼빠지고 실수하는 게 많았지만 클레어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의 고뇌는 저어엉말! 좋았어요"

"아..."

짧고 의미없는 탄식이 내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책을 가져가기위해 뻗으려 했던 손은 갑작스런 그녀의 열정적 태도에 당황하며 중간에 멈추어 버렸다

몇 초간의 침묵, 그 다음은 소녀의 억지스런 웃음과 맑은 성대의 울림이였다

"아...... 설마, 아직 안보셨나요?"

먼저 말했지만 의미없는 탄식였다, 스포일러를 의식해 '...말하지 말지...'라는 속내가 담겨있진 않았었다.

"세번째 읽고 있습니다만..."

무미건조한, 나의 한 마디가 끝나자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일 것이다. 혹시 폐를 끼친게 아닐까.. 하는 정도의,

"다행이다....순간 긴장했어요, 혹시 뒷이야기를 알려드린게 아닐까... 해서, 이 책... 정말 좋아하거든요"

흔치않은 취미다, 나야 다를 건 없지만...

"저도, 뭐...... 자랑은 아니지만, 카알 리차드먼의 책은 전부 책장에 꼳혀있습니다"
"넷?!"

young man's library라고 적혀있는 책을 가슴에 밀착시키고는 눈을 동그랗게 빛내며 상체를 내 앞쪽으로 들이밀었다

"그..그럼 The bird도요?!"

갑작스런 접근에 놀라,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그녀의 강렬한 시선을 피해 밝게 빛내고 있는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예...예... 뭐... 하..한국에선 번역판을 못찾아 원서이긴 하지만..."

"초면에 죄송하지만! 빌려주시면 안될 까요?!"

"네...네?!"

딱히 안될 일은 아니였다만, 그녀 말마따나 초면이였고, 지금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라, 당장 빌려줄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게다가 집은 이곳에서 도보로 20분,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있는것도 아니고 나 혼자인 지금 시간에 왕복 40분을 소모한다는 것은 고용인 으로써 말이 안되는 행위다.
들켰다간 바로 짤릴수도 있는 일이고...

"안...돼나요?"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고 있는 나에게 확인을 하듯 물어왔다.

"네..."

실망했는지 그녀의 두 눈썹은 아래로 축 쳐졌고, 마치 비를 맞고 있는 한 마리 강아지같은 처량함이 표정에서 묻어나왔다.

"그래도 다음주라면... 빌려드릴수 있어요, 지금 갖고 있는게 아니라서"

"정말요?!"

그녀가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내 뒤로는 이젠 벽밖에 없어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를 넓힐 방법은 카운터를 뛰어넘거나 하는 둥의 역동적인 방법뿐이였다.

"네...뭐, 다음주 이 시각쯤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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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초벌로 읽어 봤는데 뭔가 카오스하네요 ㅋ;;
2013-04-27 23:51:54
추천0
[L:5/A:45]
아르크
카..카오스! 코스모스가 되야하는데!
2013-04-28 00:00:31
추천0
[L:5/A:45]
아르크
뒷이야기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흐후 욕하셔도 돼요ㅋㅋ
2013-04-27 23:58:58
추천0
[L:23/A:416]
종이
- 댓글이나 게시글로 서로 맹질타 금지
2013-04-28 00:07:03
추천0
[L:5/A:45]
아르크
아...넵... 실언을...
2013-04-28 00:11:19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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