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에 춤추는 연분홍빛 소나기 제 1장 5부
5
“너는 그걸로 좋은 거냐고!”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령은 화가 난 듯이 소리를 더욱 높여 내게 물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연이 날 거부하는걸...”
“그렇게 해서 연이 죽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거야?”
조용히, 분노를 씹어 죽이고 있는 듯이 중얼거리는 령.
“뭐?”
“저 정도면 너도 알고 있을거 아냐? 저대로 가다간 연은 진짜로 죽어버린다고!”
하아. 하고 한숨을 쉰 령은 더 소리를 높여 고함치기 시작했다.
“공주는 탑에서 혼자 독약을 마시고 죽어버리고, 기사는 공주의 존재자체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마녀는 왕좌에 올라 폭군이 되 버린다고! 너는 이 스토리가 그런 배드엔딩으로 끝나서 좋은 거냐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말 하나도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그 패닉의 한 중간에서도 확실한건,
“도대체 그럼 이제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제 나도 무엇이 옳은 길인지,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나의 의문에 령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조용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의문이 도리어 질문이 되어 돌아오자 답은 명확했다.
“연을 구하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그럼 너는 연을 구하면 돼! 알겠어? 연은 지금 네가 관련되면 네가 다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마태령 그놈은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넌 거기 앉아서 손가락 빨고 연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래? 연은 혼자서 모두 짊어질 생각이라고!”
그렇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
연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유도 모르는 부탁 하나로 아무것도 못하고 죽게 내버려둬서 좋을까보냐!
그것을 깨달았을 땐 -깨달았다는 것을 눈치 챘을 땐- 이미 내 발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다시 공터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숨이 차오르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런 것에 상과하지 않고 그저 달렸다.
그도 그럴게 이제야 뭉게뭉게 하던 마음속의 안개가 겨우 걷혀서 나침반이 보였다. 앞으로는 보이는 방향으로 달릴 뿐이다. 사실은 짧은 거리지만, 어쩐지 길이 엿처럼 늘어난 듯 길게 느껴졌다.
공터에 도착했다. 내 발소릴 들은 연이 빙글 원피스 자락을 휘날리며 돌아 이곳을 보았다. 연은 놀란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곳을 보고 있었다. 나는 오솔길의 입구에 서서 그런 연에게 다짜고짜 외치기 시작했다.
“연! 난 널 구하고 싶어! 그리고 꼭 구해내고 말거야! 그러니까 기다려 줘. 내가 여기에 다시 올 때까지.”
“그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연은 처음엔 놀란듯, 그리고 서서히 무언가 두려운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말 그대로야 난 널 구할거야. 어떻게 해서든 구해 낼거야. 의미도 모른 채로 널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그러자 연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만둬, 부탁이야... 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 나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다치는 건... 보고싶지 않아...”
조금 목이 멘 듯한 목소리.
“그런건 상관없어, 다쳐도 상관없어... 그걸로 네가 구해진다면, 네가 사라지는 걸 볼 바에야 내가 조금 다쳐서 끝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거야...”
“안돼, 그렇게 되면, 그러면, 흑, 민혁이... 민혁이... 흐흑, 날 싫어하게 될지도 몰라...”
그녀의 눈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딸꾹질 하듯 우는 그녀의 눈에서는 자꾸 자꾸 눈물이 흘렀고, 그녀가 소매로 몇 번을 닦아도 멈추지 않았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어”
그런 그녀에게 다가서서 나는 단언하듯이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그것은 일종의 맹세와도 같았다.
“너에 한해서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말이야.”
눈물을 흘리던 그녀가 나를 올려다 봤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비로소 느낀 것이지만, 그녀는 1년 전보다 꽤나 작아져 있었다. 아니, 내가 커버린 것 일거다. 요 근래 5센치나 자라버렸으니까. 그에 비해 그녀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오히려 울고 있는 그녀는 훨씬 위축되어 보였다.
나는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약간 허리를 굽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연은 내가 사귄... 첫 번째 친구니까.”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그녀의 눈이 그 말을 들은 순간 그녀의 눈이 일순 더욱 커졌다. 그리고는 나를 보느라 잠시동안이나마 멈췄던 그녀의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 다시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눈물을 검지로 훔치며 일전에 그녀가 나에게 보였던 상냥한 미소를 따라해 보았다.
잘 따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대로 그 공터를 나오기로 했다.
“자, 그럼 갔다 올게.”
그 말을 남기고 나는 오솔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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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아악!!!!!!
쓰고나서 올리려고 보니 오그라드네요ㅎㅎ 처음부터 스토리가 점점 막장으로 가는게 느껴지더라니...
하여간 그래도 올립니다ㅎ 이유는...
퇴고하기 귀찮으니까요 (데헷)
뭐 댓글도 안 달리는 만큼 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찮겠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