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입학식

잘 지내니?

3년만의 답장이라 기다리진 않았겠지만 혹시나 해서 보내

그때와는 다른옷에 다른 마음가짐이지만 너에대한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

1년의 시작에 우리도 첫 시작..이라고 할까?

아직 어린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어른스러운 옷을 입고 올라가는 그 언덕에서 처음 봤었잖아

주변엔 수많은 나무들이 시작을 알리며 아름답게 서있었지만 그때 내눈엔 너밖에 보이지 않았어

왜그럴까? 똑같은 옷에 비슷비슷한 머리를 한 수많은 아이들이 그 언덕을 오르고 있었는데

정신차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언덕을 오르기전 골목부터 너의모습만 쫓고 있었다는걸 눈치챘어

살며시 너의 옆을 지나가자 날 보는 너의 눈빛은 아직도 생생해

잔뜩 긴장한 얼굴, 화난것같은 표정 

그 모습에 잠깐 겁먹었지만 넌 착한 아이라는걸 금방 알 수 있었어

입학식 시작전에 황급히 뛰어가던 내가 넘어졌을때 모두들 날 못본척 뛰어가고 있었어

그래서 '역시 초등학교때와는 많이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등 뒤에서 조용히 내민 손이 보였어

아무말도 하지않고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자 거기엔 너의 웃는 모습이 보이더라

뭐가 좋은진 모르겠지만 그리 환하게 웃는 너의 모습을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웃어버렸지

그때만해도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많다고 생각했어 너는 그렇게 생각했을까?

졸업을 1년앞두고 날 혼자두고 전학가버렸잖아

니가 전학가던날 넌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거야

모든 환경이 바뀐 그 자리에 혼자떨어져 모든걸 개척해나가야 하는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니가 사라지면서..

.........

9월..그때부터 나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어

아니, 계속 3월인채로 남아있어

3년동안 너의 시간은 나없이도 계속 흘러갔을까?

난 눈을 감으면 제일먼저 그려지는게 그날의 풍경인데...

차라리 웃어주지 말지 적어도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테니까..

....사실 어느정도는 알고있었어

전학가기 1주일전 하교길에서 사라질거라고 예감은 했었어 

그때 잘가라고 인사하며 보여주었던 허탈한 웃음에 힘없는 뒷모습

이렇게 혼자 괴로워 할거라는걸 알고 미리 준비라하는..나름대로의 표현이였겠지?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야

너만 날 잊지않고 기다려준다면 난 널 절대 잊지 않을거니까

미워하기야 하겠지 갑자기 훌쩍 사라져버렸는데 미워하지 않을수는 없을거야

....그날과는 다른 입학식이지만.. 너 없이 나 혼자하는 입학식이지만 마음은 그대로네

넌 이런 3월의 시작에 넌 무엇을 시작하려고 준비하고있니?

새 학교에 대한 적응? 친구 만들기? 

난 다른 어떤것들보다 너와 다시 만나고싶어

답장이 올지 오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전하고싶었어

좀 짧지만 이게 3년동안 내가 정리한 마음이야

대충쓴 티나는거보소 

아무튼 봄하면 연애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