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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24시간
흩날려라 | L:27/A:501
24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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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472 | 작성일 2013-07-18 00: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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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24시간

꺼림칙하다.


별 하나 찾을 수 없는 하늘. 그 아래엔 빛이 존재할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별빛대신에 유난히 붉은 핏빛이 그나마 눈 앞은 볼 수 있게끔 밝혀주고 있었다.


사방에선 죽은 자들의 고통 섞인 비명소리가 내 귀를 자극하였고 그 비명 속의 말들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왠지 어디서 느껴본 듯 공감할 수 있는 고통소리였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나는 두 눈을 꾸욱 감고는 양 손으로 두 귀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비명소리들은 여전히 내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통 속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근처에 누군가가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느낌은 인기척과는 약간은 거리가 먼 듯한 느낌이었다.


궁금함에 나는 두 눈을 조심스레 뜨고는 누군지 확인하고자 하였고 이윽고 눈 앞에 보인 것은 검은 갓을 쓴 어느 한 남자였다. 마치 저승사자를 연상캐 하는 그 남자의 복장은 나의 공포심을 더더욱 극대화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갓의 그림자에 보이지 않던 그 남자의 얼굴의 붉은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당신은 24시간 뒤에 죽습니다. 이곳은 곧 당신이 살게 될 저승으로 가는 통로라고 할 수 있죠."


그 말을 들은 나는 약간 어리둥절해 있었다. 나는 앓고 있는 병도 없거니와 이 시간대면 집에서 자고 있을 시간이였기 때문이다. 혹시 집에서 불의의 사고라도 나는 것일까.


"그게 무슨 말이죠? 제가 죽을 이유는 딱히 없는데 말이죠. 혹시 무슨 일이 생겨 죽습니까?"


"그것은 말해줄 수가 없군요. 금기사항이니 말이죠. 그런데 당신의 죽음에 관해선 거짓이 아니죠."


그 남자는 품에 있던 장부를 꺼내고는 어딘가를 펼치기 위해서인지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는 곧 손을 멈추더니 손가락을 펴 펼쳐진 장부의 오른쪽 하단을 가리키며 나에게 보여주었다.


"당신의 생년월일과 이름, 성별, 생김새 모두 맞죠? 여기 아래쪽에 괄호쳐져 있는 부분이 당신의 사망시간이고요."


그 남자의 말대로 정말 그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순간 억울함이 북받쳐 올랐는지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말도 안돼. 내가 죽다니. . 내가 지금껏 어떻게 견디며 살아왔는데. ."


"그럼 저는 이만. 아 그리고 이 사실은 절대 다른이들에게 알려선 안됩니다. 만약 이 사실을 다른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린다면 당신도 저들과 마찬가지로 평생을 이곳에서 울부짖으며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나는 지금 그 남자가 내뱉는 말들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 대한 억울함 때문일까. . 서서히 사라져가는 그 남자의 소매를 나도 모르게 붙잡고 놓지 않고 있었다. 그 남자는 많이 당황한 듯 하였다.


"이게 무슨. . "


"저 이대로 죽는다면 너무 억울해요. 정말 한 번만 살려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들이 정말 너무 쓰레기 같은데. . 몇 년만 참자. 몇 년만 참자. 버티며 살아온거 거든요. 제발 저를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나는 그 남자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나왔던 삶들을 다시 돌이켜보며 넋을 놓은 사람마냥 짓거렸다.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남자는 잠시동안 깊은 고뇌에 빠지더니 나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였다.


"그렇다면 제가 조건을 하나 걸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남은 24시간 동안 다른 사람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듣는다면 살려주도록 하지요. 물론 '사랑한다' '좋아한다'와 같이 비슷한 의미인 것도 되고요. 어떻습니까?"


그 남자의 제안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였기에 나는 바로 승낙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것ㄷ. ."


"단, 이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되며 시켜서도 안됩니다. 그 사람의 의지에서 나온 말이여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행운이 있기를. ."








띠리리리ㅣ리리리리리링~♪


알람 소리에 눈을 뜬 나는 아직 반쯤 감긴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랑한다라..."


저승사자와 이야기를 할 때는 살수있다는 희망에 무심코 기뻐했지만 정작 생각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그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씻고 교복을 입는 내내 많은 근심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집엔 나 혼자다. 외동이었고 나의 부모님은 두분다 이른 아침 맞벌이를 하러 가시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밤 늦은 시간대 였다. 슬슬 밥을 챙겨먹고 교통비를 챙긴 나는 쓸쓸히 집 밖을 나섰다.


나는 오늘 하루도 홀로 등교를 한다. 학교는 꽤나 멀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버스를 타고 등교해야만 했다. 버스엔 나와 마찬가지로 등교를 하는 또래들이 많았는데 모두들 나와는 다르게 누군가와 즐겁게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지금껏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또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은 어떨지 같이 노는 느낌은 어떨지 무척 궁금한 때가 많다.


학교에 도착하고 교실로 들어선 나는 재수없게도 일진들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래도 못 본척 슬그머니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일진 무리 중 한명이 나를 불렀다.


"야, 셔틀 일로 와봐."


그 애들은 무언가 괴롭힐 껀덕지가 생겼는지 오늘도 보자마자 부르는 듯 하였다.


"어.. 왜?"


"우리가 아침밥을 못먹고 와서 그런데 빵 좀 사와라."


"나 오늘은 돈 없는데.."


"이 자식 뒤져."


그 일진 무리들은 내 주머니가 마치 자기들 주머니인 마냥 뒤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한명이 내 속주머니에서 천원짜리 지폐 한장을 꺼내들었다.


"야! 이건 뭔데?"


"그거 나 집에 갈때 차비인데.."


"그래서? 너 우리가 요즘 풀어줬더니 안 무서운가 보구나. 따라와."


그 일진들은 나를 강제로 끌고 어디론가 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의 반 친구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두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말리러 오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언제나 그래왔기 때문에 이제는 별 느낌도 없었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우리 학교엔 CCTV도 사람도 별로 지나다니지 않는 사각지대가 한 곳 있었다. 그래서 그곳엔 항상 일진들이 몰래 담배도 피우고 하는 일진들의 아지터나 다름없었다. 나는 지금 그 곳에 끌려가 무차별로 일진들에게 맞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은 지난 때와는 다르게 한가지 굳은 결심을 하였다. 한참동안 맞을 것 다 맞고 일진들이 먼저 자리를 비웠을 때 나는 옷에 묻은 흙과 먼지를 털고는 담임선생님이 계시는 교무실로 향했다. 그리곤 나는 담임선생님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었다. 어차피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였을까 일진들의 보복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고 지난 세월동안 끙끙 앓았던 고민을 모두 풀어버렸다는 생각에 홀가분해졌다.

"그런일이 있었구나.. 알겠다. 내가 따끔히 주의를 주마."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인사를 한 나는 교실에 들어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진들은 교무실로 불려갔다. 이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뻣던 나는 그 기쁨도 잠시 채 2분이 지나지 않아 일진들은 교실 뒷문을 큰 소리가 나게 열고는 나를 불렀다.


"야! 셔틀 너 담임한테 꼰질렀냐? 너 아주 간이 배밖으로 나왔구나?"


담임선생님이 말했던 따끔한 주의는 그냥 단순한 말로 훈계를 주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던 것 같았다. 이렇게 빨리 끝날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지금껏 받아왔던 고통의 댓가가 고작 이거라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지금껏 몇년만 참자 몇년만 참자 성인이 되면 이런 생활 벗어날 수 있다하며 긍정적으로 참아왔던 내가 큰 결심을 하고 고민을 털어놓은 댓가가 말이다. 나는 크나큰 배신감 비슷한 감정이 온 몸을 뒤덮어서 그런지 더욱더 강하게 일진들에게 구타당했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서슴없이 슬픔의 눈물만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는 지금껏 열심히 들어왔던 수업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고 빨리 학교가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담임선생님께 말했던 것이 원인일까 유독 오늘은 일진들이 더더욱 심하게 나를 괴롭히고 때렸다.


학교를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고 나는 크나큰 배신감을 느낀 학교라는 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종례가 끝나자마자 빠르게 뛰쳐나왔다. 그러고보니 생각해보면 지난 수년간 수업시간 내내 내 얼굴의 상처에 대해서 물어봐준 선생님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교통비를 빼앗겨 한 푼도 없었던 나는 집까지 걸어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3시간 거리이지만 어쩔 수 없이 걷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걷는 내내 나는 어차피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곧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공포에서 해방의 느낌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 상황에 대한 나의 억지적인 합리화 일수도 있지만 지금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는 내 자신이 무척 비참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교회의 전도사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어떤 카드와 사탕 하나를 주었다. 그 카드엔 교회 예배 시간과 위치가 적혀 있었고 앞면엔 '당신은 살면서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셨나요?'라는 한마디가 적혀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껏 살면서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한적이 수년간 없던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죽을 일은 생기지 않을 듯 하였다. 그 전도사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기뻐해야 할 일인지 말아야 할 일인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마음에 받았던 사탕을 입에 물고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마저 발걸음을 옮겼다.


밤 늦게가 되어서야 비로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던 나는 제일 먼저 자고 계시는 어머니께 다가가 말을 건냈다.


"엄마. 저 왔어요. 눈 좀 떠보세요."


그러자 어머니는 귀찮은 듯 몸을 몇번 뒤척이더니 눈을 뜨지 않으셨다.


"엄마 저 할말이 있어요. 일어나 보세요."


"엄마 피곤하니까 빨리 말해."


오늘 집에 오면서 받았던 카드의 메세지를 떠올리며 지금껏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말을 하였다.


"사랑해요. 엄마."


"그게 다야?"


"네."


"그래 알았다. 알았으니까 이제 엄마 건들지마. 피곤하단 말이야."


"엄마는 나한테 뭐 해줄말 없어?"


"없어."


그 후로 어머니를 흔들어 깨워보았지만 저리로 가라는 제스처만 취하실 뿐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아쉬운 마음에 아버지에게도 사랑한다고 말을 꺼내보았지만 어머니보다 더욱더 반응이 없었다. 내깐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꺼냈던 한마디가 귀찮은 듯 내팽게 쳐지니 많이 속상하였다. 생각해보면 그 전도사 아니였으면 나는 정말 죽었을 것이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잊기 위해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잠이 올리가 없었다. 억울한 생각 때문도 있었지만 내일 학교를 또 가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차가운 바닥을 맨발로 밟으며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고 올라갔다. 옥상의 문을 열고 건물의 아래쪽을 바라본 나는 이제는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그만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그대로.. 그대로.. 바닥에 도달했을 땐 주머니에 알람으로 저장되 있었던 24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나의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에서 끝없이.. 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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