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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임신
흩날려라 | L:27/A:501
23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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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856 | 작성일 2013-07-18 00: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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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임신

입맛이 없다.
꾸역꾸역 집어넣어도 곧 바로 튀어나와 버린다.
이걸 어째, 나 임신한 거야?
그러고 보니 신게 마구마구 당기는 것 같기도 하고...
임신이네.

근데 문제는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모르겠다.

요 근래 나와 몸을 섞은 남자는 3명. 즉 3명중 한명이 내 아이의 아버지라는 소리다. 솔직히 아이에겐 아비가 누군지 모른다는 점에서 불쌍하지만, 차라리 이번기회에 나를 정말로 원하고 나만을 위해 줄 수 있는 남자를 고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야겠다. 뭐 당연히 다들 애를 놓고 행복하게 살자고 말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첫 번째로 나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김현수.
일단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커피숍에서 보자고 말했다. 당연히 그는 알았다고 했다.

멀리서 그가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웬일이야? 대뜸 커피숍이라니. 너 커피 안 좋아하지 않냐?”
“응, 나 커피 별로 안 좋아해.”
“뭐야 그럼?”
“나, 애 생겼어.”
“뭐?”

예상과는 반대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라고? 너 지금 뭐라 했어?”
“나 임신했다구.”
“푸하하! 그게 내 아이는 맞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내가 이 남자 저 남자랑 몸을 섞었다는 거야 지금?”
“어, 당연하지. 야, 그리고 니가 무슨 임신이야 말도 안돼. 병원에나 가봐.”
“이러기야 정말?”
“아, 진짜 짜증날라하네. 너 미쳤냐? 진짜 욕 안하려 했는데 나오네. 와 나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와. 지금 너 돌았어?”
“그래! 돌았다! 진짜 남자가 어쩜 그렇냐?! 어?! 아니 내가 흑... 정말...”
“됐고, 내 지갑엔 이거 밖에 없다. 알아서 해라.”

그가 테이블에 남긴 것은 3만원과 큰 수치심이었다.
첫 번째 남자에게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것 밖에 안 되는 인생이구나.
나는 아이를 가지면 안 되는 인생이구나.
내 아이는 하필 왜 나를 만났을까.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놈도 아녔다. 픽하면 삐지고, 돈도 없고 얼굴도 못생겼다.
그놈을 닮았으면 큰일 날 텐데. 갑자기 겁이 난다.

이틀이 지났다. 슬픔은 이제 좀 가라앉았다.

그럼 재빠르게 두 번째 남자로 향하자.
두 번째 남자인 이칠현은 착하고 심성이 고운 남자다. 물론 잘생겼다. 키도 크다.
그런 남자가 왜 나랑 잤냐고?
그냥 활동하고 있던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게 되어 친분을 이어가다 보니, 실제로 만나게 되었고 눈이 맞아 지금까지도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다.
나도 참 생각해 보면 참 남자 복이 많아.

그에게 전화를 걸어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알았다고 하면서 나의 집으로 곧장 가겠다고 했다.
이렇게 착한 남자가 어디 있어?

“왔어?”
“응, 할 말이란 게 뭐야?”
“잠깐 들어와.”
“나 좀 바빠서 미안해. 빨리 말할 순 없는 거지?”
“응. 심각해.”
“알았어.”

그는 신발을 벗고 테이블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따뜻한 차를 내왔다.

“괜찮은데.”
“마셔.”
“그래서 할 말이 뭐야?”
“왜 이렇게 급해.
“미안, 내가 좀 바빠서.”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미안. 전부 니 탓이고.”
“미안해.”
“그것 봐.”

이 남자, 놀리는 맛이 쏠쏠하다.

“나, 임신했어.”

남자는 눈이 둥그래지더니 입에 있던 차를 그대로 내 뿜었다. 사레가 들렸는지 몇 번이나 기침을 하고 주먹으로 가슴을 쳐댔다.

“뭐, 뭐? 임신?”
“왜? 놀랬어?”
“아, 아니. 그게 돼?”
“응. 버젓이.”
“그래?”
“응. 이상해?”
“응. 많이.”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어떡하긴. 병원에 가야지.”
“그 후엔?”
“니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난 이만 가볼게.”
“뭐야. 너의 아이가 생긴 거야. 기쁘지 않아?”
“그냥, 뭐 이럴 수도 있구나 싶네. 나갈게.”
“그래. 가버려라 영영 멀리 가버려.”

그렇게 그도 가버렸다. 갑자기 김현수가 줬던 3만원이 생각났다. 칠현이 나가고 없는 문 뒤에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너도 돈이나 좀 주고 가지 그랬냐...”

이렇게 나를 위한 남자가 없다니. 병원이나 가라는 둥. 결국 낙태하라는 거잖아.
우주에서 우리 지구가 존재하고 우리 인간이라는 생명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로또 같은 엄청난 행운이라는 데, 그 행운 안에서 내가 행운을 가지게 되는데, 이게 뭐야?
고작 이것 밖에 안 되는 거였나? 임신이 원래 이런 거야? 난 아이를 키울 자격조차 없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느님. 이건 아니잖아요. 우리애기가 무슨 죄에요. 무슨 죄냐구요.

어떻게 2명다 나에게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을까.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난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어쩔 수 없나 봐요.

이제는 마지막이다. 마지막 남자. 옆집남자.
이름도 모른다. 그냥 가끔 몸을 섞었을 뿐. 내가 그에게 바라는 것은 단지 하나였고, 그도 당연히 그것을 원했기에 우린 그냥 딱 원하는 것만 받고는 서로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가 않다.

근데 이게 염치가 없는 짓 일까?
민폐인가?
그가 갑자기 ‘나보고 어쩌라고요.’라는 식으로 나오면 나는 어떡하지?
일단 찾아가 보자.

‘딩동-’

대답이 없다.

‘딩동- 딩동-’

갑자기 안에서 네네, 갑니다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여자였다.

“아, 저 그게... 혹시 남편 분 안계세요?”
“남편이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전 여기 혼자 사는데.”
“네?”
“저 어제 이사 왔는데요.”

아차, 어제 그렇게 시끄럽던데 옆방에서 나는 소리였지. 미련하다. 왜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지? 분명히 이사라고 생각 할 수 있었을 텐데. 미쳤다. 정말 미쳤다 나는.

“아, 그렇구나...”
“네.”
“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쿵하고 문을 닫는 여자.
나는 그 자리에 쓰러져 엉엉 울었다. 눈이 따갑다.
손으로 얼마나 비벼댔는지 살갗이 다 헐어버렸나?
퉁퉁 부은 것도 느껴진다.
내 아이는. 이 내 뱃속의 아이는 어떡하지.
아기야. 정말 미안해. 날 용서해다오. 너의 잘못은 아무 것도 없어.
나도 너에게 세상의 빛을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 난 어떡해야하지? 아이야. 넌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나한테 온거니. 아, 혹시 가는데 길동무가 필요한거니?
그렇구나. 그래. 맞아. 나는 가야겠어.
그래 이렇게 그냥 가는 게 낫겠다.
어차피 태어날 때 두 주먹 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엔 두 손 펴고 가니까.
아이와 함께. 그렇게 가야겠다.

밧줄을 동여맸다. 그리곤 잡아 당겼다.

“이정도면 튼튼해.”

우리아이도 튼튼했을까.
미련한 생각은 버리고 목에 밧줄을 건 뒤,
의자를 발로 차버렸다.

“끄...끄극... 아이야... 다음 세상엔 나처럼 이런 남자로 태어나지 마렴...”

-----

“안녕하세요, 경찰입니다. 이칠현씨 맞으십니까”
“네. 경찰이 여긴 무슨 일로?”
“혹시. 박현수씨 아십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그분이 자살하셨습니다.”
“네?! 며칠 전만해도...”
“며칠 전에 만나셨습니까?”
“네. 자기가 막 임신을 했다고...”“임신이요?”
“네. 그래서 제가 정신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그랬죠.”
“알겠습니다. 유서랑 들어맞군요. 알겠습니다. 혹시 두분이...”
“아, 아닙니다.”
“네. 실례했습니다.”
“그럼.”

그 남자가 죽었다. 애초에 마음먹었을 때 헤어졌어야 했는데.
내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하필 그딴 문제있는 놈을 만나서 이게 뭐람.
임신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고 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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