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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2) - 장 +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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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604 | 작성일 2013-04-16 10: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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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2) - 장 + 보기

2011년 9월 17일 월요일 + 부산 배산 도시철도역 부근의 대형마트.

오후 일곱 시 십 분. + 해가 거의 지고 있다.

 

  하. 카트를 세워두고 내 옆의 남자애가 물건을 고르는 꼴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놈은 진지 열 그릇은 잡수신 표정으로 꼼꼼히 물건을 비교해보고 있다. 


  “뭘 그렇게 진지하게 하냐? 대충 사, 아무거나.”
 

  그게 그거 같아 보이는 레토르트 북엇국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중. 쇼핑 따라다니는 게 힘든 건 남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나보다. 
 

  “가격이 다 다르잖아. 장보기도 합리적으로 해야지.”
 

  기껏해야 MT가기 전 장보긴데 합리는 무슨. 북어 뜯고 손가락 빨 놈 같으니. 
 

  이놈은 김연효라고 하는데, 같은 과 동기지만 올해 시작한 대학생활 내내 데면데면하던 사이. 말을 주고받은 적이 있긴 했지만. 뭐, 길 가다 “안녕”이라고 하는 것도 대화에 포함된다면 말이다. 그러던 참에 2학기 MT에 우연찮게 같은 조가 되었고, 사는 동네가 가깝단 이유로 엮어져 함께 장을 보는 신세가 됐다.
 

  “이제 고기 사러 가자.”
 

  네네. 카트를 끌고 가는 녀석의 뒤를 걷는다. 보통 고기부터 사지 않나? 그런데 이놈은 고기는 실온에 오래 두면 장을 보는 동안 맛이 떨어질 수 있다며 언제 사도 상관없는 물건부터 사잰다. 그럼 내일 MT에 갈 때 그 고기는 냉장고에라도 넣어갈 셈이니? 쏘아주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지만 그냥 가만히 있기로 한다. 대충 해치우고 빨리 집에 가야지.
 

  “엠티 고기 사러 왔는데요. 보통 목살 사죠?”
 

  연효가 식육 코너에서 고기를 사는 동안 나는 카트에 기댄 채 물끄러미 바라본다. 평소 땐 싹싹하지도 않고 눈에 띄는 구석도 없었는데, 이렇게 진지한 캐릭터일 줄이야. 뭐, 이전에도 딱히 좋은 감정이 있던 건 아니지만 밥맛이다. 그냥 이런 장보기 따위, 대충대충 해 가면 되잖니. 우리가 소풍 전날 밤에 잔뜩 들떠있는 아이들도 아니고, 아무렴.
 

  “꺄악!”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 마트 속의 소음을 뚫고 날카로운 비명이 귀에 꽂힌다. 퍼뜩 둘러보니 비명 소리는 바로 앞의 식육 코너에서 난 듯하다. 무슨 일일까.
 

  고개를 들고 나서 나는 입을 쩍 벌린다. 고기를 썰고 있던 아줌마 옆에, 그 아줌마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칼을 들고 배를 찌른 것이다. 이 마트에는 자주 오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저 아줌마, 쌍둥이가 있었나?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사람을……찔렀어?!
 

  “뭐 하시는 거예요!”
 

  쓰러진 아줌마(그러니까 찔린 쪽) 앞을 누군가가 뛰어들어 막아선다. 야, 등1신아! 너 거기서 뭐해, 너도 찔리고 싶어?
  사람들이 어떡해, 어떡해만 연발하는 사이 연효는 아줌마(그러니까 찌른 쪽)에게 달려가 칼을 든 손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 했다. 
 

  “아?”
 

  아무리 봐도 가냘파 보이는 아줌마가 한 손을 휘둘렀을 뿐인데 연효는 통째로 튕겨져 나간다. 저거, 말이 되는 건가? 그보다 찔린 쪽 아줌마는 배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와 뛰려 하지만 진열대의 유리창을 붙잡고 쓰러지고 만다. 안에 있는 고깃덩어리보다 빨간 피가 유리를 타고 내려와 웅덩이를 만들자 사람들은 꽥꽥거리는 비명만 지를 뿐. 저쪽에서 마트 직원들이 달려오는 동안, 아줌마를 찌른 아줌마는 날렵하게 진열대를 타고 뛰어넘더니 쓰러진 아줌마의 목덜미에 칼을 꽂아 넣는다. 이게 무슨…….
 

  찔린 아줌마가 비명도 못 지르고 고꾸라지자, 찌른 아줌마는 아직 부들부들 피를 쏟아내는 몸 위로 올라탄다. 서걱서걱. 무엇을 자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아니……시끄러운 마트에 그런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자체가 이상할 지도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자르는 서걱 소리는 마트 안에 넘쳐 나던 다른 소리들까지 잘라버리듯 잘 들렸다.
 

  내 귀까지 잘라버릴 것 같은 그 차가운 소리는, 멍하게 있던 내 사고를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일단 장이고 뭐고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미쳐 그대로 뛰어나가려던 참. 괜히 나섰다가 봉변을 당한 녀석 한 놈이 떠올랐다. 버리고 갈 수도 없고…….
 

  “야, 김연효. 김연효!”
 

  혹시나 저 칼을 든 아줌마가 들을까 무서워서 작게 말했지만, 다행히 그 녀석은 그걸 들었는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문제는 쭈그려 앉은 그 아줌마도 그걸 들었는지 칼질을 멈추곤 나를 올려다본다. 
 

  “히히.”
 

  그렇게 웃음소리를 내며 아줌마는 손에서 뭔가를 떨어뜨린다. 길쭉하고 피에 젖은 튜브 모양의 무언가. 그 순간 이상하리만치 고요하던 마트에는 온갖 소음이 더 이상 참지 못 하겠다는 듯 터져 나온다. 비명 소리, 달려와 아줌마를 둘러싼 마트 직원들의 고함 소리.
 

  그 때, 무언가 기묘하고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나는 아마, 이 때 본 일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절대로.
  사람들이 새로 ‘생겨났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장을 보는 사람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어디선가 생겨났다. ‘원래 있던’ 사람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기도 하고, 다른 옷을 입고 있기도 했지만 모두 똑같이 생긴 사람들. 반 정도의 사람들은 너무나 놀라 말을 잃었고, 나머지 반 정도의 사람들은 무언가 빠른 속도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간신히 돌아온 내 현실감각은 다시 뇌 속 깊은 어딘가로 굴러가버렸는지, 아무 것도 떠올릴 수 없다. 새로 생겨난 것 같은 사람들은 원래 있던 것 같은 사람들을 향해 달려든다. 할퀴기도 하고, 때리기도 했으며 깨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 이건, 꿈일 거야.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킨 가운데 서서, 나는 카트 손잡이를 잡은 채로 망연자실했다.
 

  “야, 뭐해 박선영! 뛰어!”
 

  그런 내 어깨를 낚아채는 손이 나를 다시 내가 있는 현실 속으로 되돌려 놓았다. 눈을 떠보니 김연효가 내 앞에 있었다.
 

  “어……? 어?”
 

  내가 생각해도 참 바보 같고 한심한 대답이다. 하지만 말이 그렇게밖에 안 나오는 걸 어떡해. 하지만 연효에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는지 냅다 내 팔을 잡고 출구 쪽으로 달린다.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도 달리기 시작한다. 저녁시간이라 줄이 길게 차 있는 계산대……여야 했지만 그 쪽에는 사람이 없었다. 문을 빠져나가기 직전 뒤를 돌아보았다. 자동문이 열리고 닫히는 동안 유리 안쪽에선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아니 똑같이 생긴 사람이 똑같이 생긴 사람을 찢고 있었다.

 

  장 보러 온 사람들은 저마다 바닥에 내장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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