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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7) - Doppel + G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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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468 | 작성일 2013-04-19 08: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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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7) - Doppel + Ganger

2011년 9월 17일 월요일 + 주택가에 있는 한 원룸
오후 여덟 시 십오 분. + 밤이 손짓한다.

 

  “히익…….”


 

  나는 벽에 꼭 붙어선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방바닥에는 나를 꼭 닮은 ‘무엇’이 목에 칼이 꽂힌 채 누워 있다. 부릅뜬 눈은 허공을 향하고 있는데, 무서울 만큼 새하얀 흰자위와 까만 동공 안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다.
 

 

  “죽……죽은 거야?”


 

  “너? 아니면 이거?”
 

 

  살짝 열린 입으로 까만 피거품이 보글거리며 새어나온다. 나는 잠시 연효의 말에 멈칫한다. 나와……‘이거’?


 

  “이건 너와는 전혀 다른 존재야. 네 겉모습만 닮았을 뿐이라고. 숨도 쉬지 않아, 말하지도 않아. 숨을 안 쉰다는 건 이게 죽어서 그렇다는 건 아냐. 전혀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어.”
 

 

  잠깐……. 넌 왜 그렇게 침착하게 말하는 건데? 지금 눈앞에 있는 게 널 닮은 것이 아니라서?


 

  “무슨 이유로 ‘이게’ 나오는 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 우리가 보는 ‘이것’과 ‘너’는별개의 존재라는 거지. 이걸 죽이……아니 없앤다고 해서 네가 죽진 않아. 오면서 본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고.”
 

 

  요컨대, 하고 말하며 뜸을 들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플갱어’는 아니란 거지. 연효는 아직까지 ‘그걸’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도플갱어? 자신과 닮았고, 자신을 죽여 그 사람의 행세를 한다는 그 도플갱어?


 

  연효는 몸을 돌리더니 내게로 다가온다.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도플갱어, 도플갱어……. ,그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자 도플갱어란 말은 수많은 파편이 되어 뇌를 쿡쿡 쑤시고 있다. 결국 아무 것도 알 수 없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안심해. 너가 위험해 빠질 일은…….”
 

 

  “싫어어! 저리가!”
 

 

  내 어깨에 스르륵 올라오는 손. 나는 소리를 빽 지르고 만다. 나도 놀랄만큼 크게 지른 고함 소리는 연효의 말도, 아마도 내 어깨를 다독이려 했을 법한 그 어설픈 손동작까지 끊어버린다.


 

  자꾸만, 아까 연효가 날 닮은 ‘그것’의 어깨를 꽉 눌러 넘어뜨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다음에 연효는……. 그 다음엔…….
 

 

  “떨어져! 너말야……. 김연효, 너 말야……. 좀 이상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는데? 왜 그렇게 너만 침착해? 어? 그걸 죽이고……. 응? 오지 마. 오지 마라고!”


 

  연효는 내 앞에서 멈춰 서 있다. 그 굳어있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자꾸 입에선 나도 의미를 모르는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끅, 끄윽. 너도 사실 ‘그거’인거 아냐? 나도, 나도 죽일……난, 갈 거야. 갈래. 넌 아무래도 이상해. 아냐, 뭔가 잘못된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다 당황해 하는데 왜 넌……. 아니 애초에……흑. 너랑 장 따윌 보러 가는 게 아니었어. 그깟 엠티……. 뭘 사든……흑흑. 누구랑 가든…….”


 

  내가 내뱉는 말들은 연결 고리가 끊어진 채 하늘에서 춤추는 모빌처럼 떠다니고 있다. 끄윽 거리는 소리가 나며 목이 막힌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얼굴을 손으로 스윽 닦는다. 난 지금 뭐하는 걸까. 울고 싶다. 뭔가, 익숙한 것이 있는 곳에서.


 

  “어디로 갈 건데? 너희 집?”
 

 

  나를 바라보며 연효가 천천히 입을 연다.
 

 

  “그래, 집에 갈 거라고. 아무도 없으니까, 거긴, 거긴…….”
 

 

  “집으로 가는 길엔 아무도 없지 않을 걸.”


 

  아.


 

  내 말을 자르고 연효가 낮게, 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집으로 가는 길……. 그래, 길엔 아직 똑같은 사람들이……. 만약 혼자 엘리베이터를 탄다면, 나를 닮은 ‘그것’이 또…….
 

 

  “박선영!”
 

 

  날 부르는 연효의 목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 거리고 있었나보다.


 

  “진정 안 되겠지만. 침착해. 너는 너야. 난 너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제대로 얘기해본 것도 처음이지만, 아니 이건 상관없고. 아무튼 너는 너라고. 알겠지?”
 

 

  나는 나……. 꼴사납게 훌쩍 거리며 턱을 덜덜 떠는 와중에도 난 고개를 끄덕인다. 녀석은 등을 돌리더니 어디론가 걸어간다.


 

  “어디가!”

 


 

  생각해보면 웃긴 말이다. 넓지도 않은 원룸에서 어딜 가냐니. 연효는 다용도실로 짐작되는 작은 베란다 같은 곳에서 휴지를 가져온다. 한 가득 뜯어서.


 

  “……드라마 흉내 내겠다고 닦아줄 생각은 하지 마. 내가 닦을 거야.”
 

 

  녀석이 내미는 휴지를 받아서 얼굴을 닦는다. 이상하게 아까보다 눈물이 더 많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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