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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3) - 바나나 +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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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604 | 작성일 2013-04-16 21: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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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칭 + 대명사 (3) - 바나나 + 껍질

2011년 9월 23일 토요일 + 부산 망미구에 있는 산. 해발 357M.

오전 일곱 시 오십 분 + 햇빛이 산 구석구석으로 스며든다.

 

  등산지팡이를 손에 들고, 망치를 언제라도 쓸 수 있게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선영이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다. 이것들이 안전을 보장해주리란 법은 없지만 맨손으로 나돌아 다니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족구 하는 아저씨들이 남겨둔, 아마도 수박이나 다른 과일을 자르는 데 썼을 법한 식칼도 있었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날도 무뎌 보일 뿐 아니라 ‘그것들’에게는 날붙이보단 둔기가 효과적일 것 같기 때문에.
 

  내가 앞에 서고, 선영이는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 아니, 거의 착 달라붙어서 가는 수준이다. 
 

  -혹시나 그것들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일렬로 가는 것보단 나란히 서는 게 시야 확보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무섭단 말이야. 너 말이야, 뭔가 그렇게 그럴 듯하게 말하지 좀 마. 밀덕 같잖아.
 

  뭐, 이렇게 되었다. 그렇게 무섭다는 애가 어떻게 혼자 불침번을 서는지. 우리들은 한 사람이 자면 항상 한 사람이 보초를 보고 있다. 그 시간이 아무래도 뒤죽박죽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가깝게 붙어 있잖아. 네가 휘두른 방망이에 내 머리가 날아가겠다.”
 

  “시꺼. 당장이라도 홈런볼을 날리기 전에.”
 

  시답지 않은 얘기를 나누면서 가던 도중, 나는 땅에서 무언가 미끄러운 걸 밟고 자칫 넘어질 뻔 한다. 다행히 중심을 잡고 서서 넘어지진 않았지만.
 

  선영이가 팔을 잡고 부축해준다. 신발에 붙은 걸 떼보니 바나나 껍질. 어, 그런데……이거 먹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여기 있나?
 

  “왜 그래? 또 그런 진지한 눈빛으로.”
 

  지금 이 근처는 아마 난리가 났을 텐데, 팔자 좋게 등산 온 사람이 있을 린 없고…….
 

  “아마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 바나나, 먹은 지 얼마 안 된 거야.”
 

  그 말을 듣더니 선영이는 참으로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괜한 말을 했나 싶어 걱정하던 참에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연다.
 

  “그거 내가 아까 먹고 던진 건데.”
 

  어? 어……?

 

 

  “진지한 자식. 푸하하. ‘아마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다.’래. 무슨 게임하니? 푸하핫. 덕분에 실컷 웃는다, 야.”
 

……아까부터 계속 이런 식이다. 날 놀리는 데 단단히 재미가 들었나보다. 이 계집애, 처음엔 닭 보듯 소 보듯 하더니. 뭐, 도통 안 웃는 애니까 지금 실컷 웃으라지.
 

  “웃으니까 배고프네. 바나나 하나만 더 줘.”
 

  아껴 먹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려 했지만 그냥 던져 줬다. 내가 좀 덜 먹으면 되겠지.
 

  “바나나 먹으면 제발 껍질 걸어 다니는 곳에다 버리지 마.”
  “이를 어쩌나. 지금도 버렸는데.”
 

  이 년이. 
 

  “또 나더러 밟으라고 그러냐.”
 

  “혹시 아니, ‘그것들’이 쫓아와서 이걸 밟을지?”
 

  저기요, 이건 코미디 분위기가 나는 좀비 영화가 아니에요. 그리고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내가 너 소원 하나 무조건 들어준다.”
 

  “그 말 기억한다.”
 

  뒤에 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아마 선영인 웃고 있는 것 같다. 후…….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시답잖은 농담들을 주고받는 건 발버둥치는 건지도 모른다. 뜬금없이 닥친 이런 상황으로부터, 아니면 곧 마주해야할 일로부터.
 

  우리는 등산로에서 벗어나 잡목이 무성한 샛길로 빠져든다. 민방위를 위해서 군이 만들어 놓은 작은 참호가 보이자 선영이는 말이 없어진다.
 

  “야, 김연효. 진짜 할 거야?”
 

  “어. 할 거야.”
 

  나는 멈춰선 선영이를 두고 참호 바로 앞 까지 간다. 
 

  그곳에는 나를 빼닮은 ‘무언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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