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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친구들이 대학교에서 겪은 일이야.
나가토유키 | L:57/A: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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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349 | 작성일 2021-07-11 23: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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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친구들이 대학교에서 겪은 일이야.

우리 넷은 아직도 모이면 이때 이야기를 하고는 하는데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는 일이라 한 번 올려봐.
굉장히 짧다면 짧은 일이긴 하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체험했다는 것이 엄청 신기하거든.

나를 포함해서 우리 넷은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입학해 친해지게 된 케이스야. 우리 학교는 서울 소재의 D대고, 그중에서도 우리는 예술대학 학생이야.  그래서 예술대 사람들만 모인 예대 건물에서 거의 모든 생활을 해.

그 일을 겪은 건 우리가 입학한지 얼마 안 된, 1학년 1학기였어.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 벌써 우리 넷은 졸업을 했으니... 생각해보면 꽤 된 일이야.

 


지금은 공사를 해서 예대 건물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 때 예대 건물 지하2층에는 학생식당이 있었어. 여느 때처럼 우리 넷은 수업이 끝난 후 식당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지. 편의상 우리 넷을 '미정, 혜지, 선주, 그리고 나'로 설명할게.

밥을 먹던 중 미정이가 화장실에 다녀온다 하더라구. 그래서 우리 셋은 빨리 갖다오라고 했어. 다함께 학과실로 올라가 선배들을 만나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미정이는 알았다고 했고, 가방까지 다 챙겨서 화장실로 갔어.

 

그런데 아무리 지나도 미정이가 오지 않더라고. 빨리 학과실로 가야하는데 말이지. 결국 우리 셋은 장난스럽게 투덜거리면서 미정이를 데리고 오기 위해 식당 옆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어. 성질이 급한 나는 제일 먼저 화장실로 들어섰고, 동시에 큰소리로 "미정아!" 라고 불렀지. 미정이는 바로 대답을 하더라? 근데 그 대답하는 목소리가 너무 이상한거야.

 

".......응......?"

하고 대답을 하긴 하는데, 그게 너무 미정이 목소리 같지 않은 거야. 미정이는 평소에 굉장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을 해. 그래서 수업시간에 작게 말해도 교수님이 다 들을 수 있달까? 근데 저 대답을 하는 미정이의 목소리는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뭔가 질척하고, 힘도 없고, 축 쳐져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소름 돋고 오싹한 목소리였어. 근데 또 이상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정이의 목소리랑 비슷했다는 거야. 타고난 목소리는 비슷한데, 뭔가 아주 많이 힘이 없는, 오싹한 미정이의 목소리였달까?

 


그래서 우리 셋은 동시에 그 대답을 듣고 웃었지.

 

"야 너 왜 그렇게 대답을 하고 그러냐?", "뭐야, 너 왜 이렇게 안 나와?" 하면서 셋이 눈을 마주치며 미정이를 계속 놀렸어. 그리고 셋 중에서 꽤 행동파인 나는 화장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지. 나는 미정이가 들어간 문 앞에 서서 나올때까지 신나게 노크해줄 생각이였어. 근데, 화장실에 들어가서 한 칸 한 칸 확인할 때마다 내 표정이 정말 심각하게 굳어지기 시작했지. 그 화장실의 칸은 총 네 칸이였는데, 제일 첫 번째 칸 문도 열렸고....... 두 번째 칸 문도 열렸고........ 세 번째 칸 문도 열렸어. 그리고 네 번째 칸 문도 열렸지........

 

사실 그렇게 네 개의 문을 벌컥 벌컥 열면서도, 나는 계속 웃고 있었어.
'어라? 얘 여기도 없네. 어? 여기도 없네?' 하는... 이런 1차적인 생각밖에 못하고 있었거든. 근데 네 번째 문을 다 열고나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정말 머리가 멍 하더라? 그때는 귀신이다! 이런 생각도 안 들고 그냥... '어? 왜 없지? 난 문을 다 열였는데?'라는 생각만 했어.

그렇게 내가 멍 하니 서 있으니 혜지랑 선주가 날 불렀어. 그때서야 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띄엄띄엄 말을 내뱉었지.

 

"야... 여기 미정이 없어..."


혜지랑 선주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무슨 소릴 하는 거냐면서, 우리 셋 다 미정이가 대답하는 거 듣지 않았냐고 깔깔 웃는 거야. 그리고 선주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며 다시 한 칸 한 칸 확인했지. 근데 정말 미정이는 없었어. 선주 표정도 딱 굳어버렸지. 마지막까지 장난치지 말라고 했던 혜지도 우리 둘 표정을 보니 이건 아닌가 싶었나봐.

 

우리 셋은 화장실 밖으로 나갈 생각도 못하고 그냥 계속 서로 물어보기만 했어. 야, 너도 분명히 미정이가 대답하는 거 들었지? 좀 이상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미정이 목소리였잖아. 근데 좀 그 목소리 되게 힘없지 않았어? 뭔가 좀......

......... 그러면서 뒷말은 삼켰는데, 그 순간 화장실 입구에 미정이가 나타나더라? 정말 태연한 얼굴로 "너희 여기서 뭐해?" 라며.

진짜 미정이가 나타나고나니 정말 그 생각밖에 안 나더라.


그럼 우리한테 대답해 준건?!
혹시... 말로만 듣던 귀신?!

 


우리는 정말 평소엔 그런 성격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다투어 화장실을 빠져나왔고, 얼떨결에 따라오는 미정이에게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고 1층에 있는 학과실로 달려갔어.


여기까지라면, 그냥 뭐 잘못 들은 건 아닐까? 싶겠지만...
사색이 된 우리에게 선배들이 해주는 대답이 더 무서웠다.

 

"아... 예대 귀신... 이번 1학년들 중에선 너희가 제일 먼저 만났구나?"

 

 


...사실유무가 확인되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98학번 선배는 직접 봤다라고 까지 말했으니까 거짓말은 아닐 거야. 그 선배가 군대에 가기 전, 우리 예술대 건물에서는 학생 한 명이 죽었다고 해.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한 여자였는데, 그 남자가 여자의 말에 따르지 않고 계속 집착하다가 결국 학교에까지 찾아와 예대 1층 현관 앞에서 칼로 협박했대.

그때 그 선배가 현장에 있었는데, 여자는 끝까지 다신 너랑 만날 수 없다 그랬고 결국 화가 난 남자가 그 여자를 찔렀다고 하더라. 그 여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죽지는 않았지만, 출혈이 너무 심해서 구급차가 오는 도중에 죽었대. 죽었던 곳이 바로 1층 현관 옆에 있는 예대 학생회실이였고.

 

 

그 당시 학생회 활동을 돕고 있어서 예대 학생회실에 자주 갔던 나는 좀 더 오싹한 이야기였어. 그리고 그 선배가 덧붙이길... 선배는 학교에서 밤을 많이 샜는데, 어느 날은 학회실에서 자고 있다가 위에서 누가 자길 누르는 것 같아서 눈을 떴더니 그 여자였대. 정말 웃으면서 선배를 내려다보고 있었대.

그리고 옆에 있던 01학번 여자선배도 덧붙이길, 언니도 3학년 때 예대 건물에서 밤을 새다가 혼자 새벽 2시쯤 그 지하 2층 화장실에 간적이 있었는데 옆에서 누가 자꾸 똑똑 노크를 하더래. 열 받아서 문을 열고 나왔는데 아무도 없었고, 누가 왔다갔다하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어도 그냥 '아... 그냥 갔다보다' 하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대 안에 있던 칸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린 거지. 근데... 그 언니는 방금 확인했잖아? 화장실에 아무도 없던 걸. 그 언니도 정말 놀래서 달려나왔대.

 


그 외에도 예대 건물인지라... 다들 건물에서 밤을 샐때가 많은데,

영화 촬영하는 학생들도 새벽에 촬영하면 정말 이상한 환영이 찍히는 경우도 있었데고, 그림 그리던 친구들도 새벽엔 누가 자꾸 복도를 뛰어가는 소리를 듣기도 했대. 실제로 98학번 선배처럼 귀신을 본 적도 꽤 있고.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졸업한지 꽤 되서 그런지 이제는 잘 생각이 안난다 ㅠㅠ)

 

그때, 미정이는 지하 2층 화장실이 너무 가기 싫어서 1층에 있는 화장실로 올라가 볼일을 보고 온 거였어. 너무 답답한 나는 선배들한테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혹시 창문이 열려서 바람소리 같은 건 아니였을까? 싶었어.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바람소리가 아니라 "사람 대답"이였지만, 왜 그런거 있잖아. 너무 이상해서 믿기 싫은거... 그래서 난 다시 그 화장실에 되돌아 가보기도 했어. (공포영화에서는 제일 먼저 죽는 인물이겠지-_-;)


근데... 그 화장실엔 창문도 없더라구....

 

 

어쨌든 미정이는 걔는 우리 넷 중에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사람이라 항상 우리 셋이 이 이야기를 하면 "에이... 설마."하고 만다? 근데 정말 우리 셋은 너무나 똑똑히 그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아직도 생각하면 막 오싹오싹하고 그래. 아직도 그 목소리를 흉내내보고는 하는데... 정말 그게 좀처럼 쉽지 않아. 뭔가 질척하고 힘도 없고... 근데 또 미정이의 목소리와는 닮은 대답이였거든.

선배들 얘기까지 들으면 더 무서워서 그런가... 그래서 우리 셋은 그 이후로 밤 샐 일이 있어도 절대 화장실은 안 갔어. 가더라도 정말 초등학생처럼 세 명이서 꼭 같이 갔고.

 


이후에 우리 밑의 신입생 한 명도 지하2층 화장실에서 이상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라. 요즘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셋은 각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 경험을 들려주곤 해. 근데... 뭐 아무도 믿지 않더라.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 아니면 잘못들은거 아니냐고. 근데 우리는 정말 셋이 동시에 그 목소리를 듣고 말했었거든. "야! 너 대답을 왜 그렇게 이상하게 해?" 라면서. 오싹한 기분을 감추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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