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컴플렉스 5.
그날은 아마도 내가 아홉살 때
그날은 아마도 내 운명을 만났을 때
그날은 아마도 모든것이 꼬여버린 때
그날은 아마도 내가...
죽을것이 결정되어버린 때.
"없어...아무데도...없어..."
맹렬하게 가방을 다시 뒤져보아도 상황은 변하지않았다.
"아무데도...없다구...흐윽....."
눈물이 시야를 뿌렿게가려 이제 진짜로 그 무엇도 보이지않았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아이들도 그저 본체 만체할뿐 그 누구도 도와주려하지않고 오히려 나의 시선을 피할뿐.
그래서 였을까, 그 때 그 나지막한 한마디를 뿌리치지못한 것은.
"내가 도와줄게."
아홉살 어린아이의 음성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수없는 차분한 목소리.
살짝 중성적인 느낌의 그 조용한 목소리는 그 때의 나에게는 더할나위없이 빛나는 한줄기 구원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장에 뒤를 돌아보았고.
"응...도와...."
난 더이상 말을 이을수없었다.
내 뒤에는 세상 모든 시름을 다 짊어진듯한, 이 보다는 더 귀찮을수없다는듯한 얼굴을 가진 여자아이가있었다.
"뭐야 빨리말해, 도와줘 아님 말어?"
"도...도와주세요..."
존댓말해버렸다.
나이 같지않은 기세와 뭔가 연륜을 품고있는듯한 말투에 첫만남부터 나는 완전히 그 아이에게 압도당해버렸다.
그 뒤는 더욱더 거짓말같았다.
3시간뒤에 제출할 예정이었던 숙제 공책을 그 아이는 정확히 1시간동안 수소문을해 행방을 찾았고
1시간동안 찾지못하자 남은 두시간내에 새 공책을 산 뒤에 그 동안의 숙제까지 포함해 모든 숙제를 배껴낸뒤 제출해버렸다.
내 인생에서의 가장 황당한 경험이었다.
부탁한적조차없으며 구원을 바란적조차없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멋대로 나를 구해내버리는 선행을 저지르고는
절대 선행을 베푼자라고는 생각할수없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정말 하기싫은일을 마지못해 처리해버렸다는 그런 표정.
그때의 나는 그 아이의 이 표정을 이해할수없었다.
아니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그 아이를 이해할수없었을것이다.
아이의 이름은 구세주
자신의 이름과도 같은 구원을 베풀지만
자신의 이름과는 다르게 그 누구도 구해주고 싶어하지않는 그 아이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