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SSLAYER 15화. 집
15화
집
존의 아버지는 가장 위대한 수공에게 주어지는 마이스터 칭호를 가진 연구자였다.
그저 그런 위대함을 존경할뿐인 나이였을 어렸을때의 존. 그가 10살 소년이었을때,
갑자기 그와 그의 어머니가 거주하던 집에 들이닥친 병사들은 집안 곳곳을 수사했다.
영문을 모른채 그저 구경하던 소년과, 불안한채 떨고 있는 소년의 어머니. 병사들이
지하에 숨겨진 연구실에 들어가 꺼내온 몇몇 연구자료들과 함께 집을 떠났을때,
소년의 주머니에는 연구 결과가 담긴 인쇄물 한 장이 구겨져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서 집으로 들어온것은, 그리웠던 가장이 아니라 통보서였다. 소년은
존경했던 아버지가 사형당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사형의 이유라던 연구도 사실은
좋은 연구가 아니었을지 의문도 가지며 커갔다. 괜스레 장난 좀 쳐보겠다며 특유의 솜씨로
한 병사로부터 연구결과를 빼돌렸던 10살의 소년이 그런 장난기를 벗고 14살이 되었다.
그저 아버지가 사형당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따돌림을 받아온 소년이 생각한 것은 이랬다.
자신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이스터가 된다면 이런 따가운 시선도 따뜻하게 바뀔거라 믿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다 보니 어느새 아버지가 남긴 종이 쪼가리의 내용을 이해할 수준이 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4년 간, 남들 몰래 불법적인 힘을 다루는 법을 연구하고 수련해온 존. 하지만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드윈에게 그것을 발각당하자 비극이 시작됐다. 그를 감싸려던 그의 어머니는
8년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같은 방법으로 사형당했고, 그는 사막에서만 맴돌며 비통제지역으로
여행을 오는 여행자들을 지옥으로 유인하는 인도자가 되었다. 그렇게 손에 피 아닌 피를 묻혀가며
살아온 인생이 어느덧 4년. 이제는 지긋지긋한 생활과 사막을 벗어나 왕국이든 통제지역이든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게 4년동안 사막의 인도자가 되어 수십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가면서 최근에야 깨닫게
된 건, 내가 수시로 최면을 받아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최면? 왕에게 받은 것 말고 수시로 받다니 어떤거죠?"
맥스가 존의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서 질문했다.
"지금 납치당해와서 벌벌 떨고 있는 저 찌질이 드윈 녀석이 내게 수시로 최면을 걸어왔다는 거다."
"너 이 자식! 그걸 어떻게..!"
드윈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니가 일전에 내게 말한 농담. 18명 남았는데 스무명 남았다고 했던 그 농담. 사실은 처음이
아니잖아. 날 영원히 부려먹을 수 있게 하라는 명령을 받아 수시로 최면을 걸어서, 18명만 더
끌어오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속에 가궈놓고 이제와서 발뺌할 셈인거냐."
"지독하군... 몇번이고 몇번이고 18명 남았다고 말했던거였다니.. 그럼에도 몇번이고 몇번이고
18명 남았다는 것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최면의 위력이라는건가..."
BS가 말했다.
"어차피 나도 왕국에 큰 애정이 없는건 사실이야! 고아로 태어나 딱히 사랑할 사람도 없이
그저 홀로 살아온 인생, 누굴 위해서 사는건 질색이지! 내가 지금 널 도와준다고 해서...
이 복면 쓴 괴한놈들이 날 죽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냥 죽고 싶지 않아서
도와줄 수 밖에 없잖아! 도와줘도 죽일지도 모르지만... 죽기 싫어서 도와줘야만 하잖아!
이게 뭔 ㅈ 같은 경우냐고!"
협박당한다는 공포감에 충만해진 드윈이 기어이 울부짖었다. BS는 이토록 솔직하게 털어내는
감정에 소름이 끼쳤다.
"이 멍청아... 너도 우리 아버지를 많이 존경했기에 잘 알잖아.. 누구보다도 왕국을 사랑하고
지키려했던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품 같은 이 힘이 어떻게 재앙이겠냐고..."
존이 말했다.
"내가 널 도와주면 넌 앞으로 뭘 할건데."
"별 거 아냐. 그냥... 내가 살았던 집을 보고 싶을 뿐이야... 그게 지금은 태워져 재가 되었다면,
재가 되어버린 그 터라도 보고 싶다. 그냥 한 번 보고나서, 이 지긋지긋한 왕국을 떠나
통제지역으로 가볼거다."
드윈의 질문에 존이 답했다. 자신의 고향집을 파괴한 남자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맥스는
어딘지 모를 마음 한 구석이 짠했다.
"똥 치울 시간이군."
BS가 그렇게 말하고선 축소 주머니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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