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팬픽] 재회

'뭐야... 여긴 어디야?'

혁이 이름 모를 장소에 서서 두리번 거렸다. 그의 주변에는 안개가 가득했기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저벅저벅

그 때 한 남자가 혁을 향해 걸어왔다. 남자가 혁에게 가까워 질수록 혁의 시야를 가리던 안개들이 점점 사라졌다.

"!"

이윽고 안개가 모두 걷히고 남자가 혁과 5m 정도 떨어진 거리까지 와버렸다. 혁의 두 눈이 커졌고 그는 당연히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혁아. 잘 있었어?"

남자는 '강후'였기 때문이다.

"너... 너가 어떻게..."

혁이 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혁은 믿기지 않는 상황 앞에서 어안이 벙벙했다.

"너 보려고 왔다."

후가 씨익 미소 지었고 혁은 식은땀을 흘렸다.

"아..."

"여긴... 꿈 속인 거네."

혁이 혼자말을 중얼거렸다. 그는 현재 잠들어 있었고 꿈을 꾸고 있던 중이었다. 혁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여긴...'

그와 후가 있는 장소는 바로 후가 집단 구타 당한 곳이었다. 연경 공원이었던 것이다. 혁이 주위를 보며 생각했다.

"나만 냅두고 가버리더니... 웬일이냐?"

혁이 틱틱거리면서 물었다.

"다른 건 아니고 할 말이 있어서."

"할 말?"

후가 대답했다.

"혁아. 네 방식은 잘못 됬어."

후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매우 진지했다.

"뭐?"

"폭력을 폭력으로 갚는다는 거... 옳지 않아."

후가 계속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왜 후가 이런 말을 하고 있을까? 왜냐하면 지금 현실의 혁은 태산고에 잠입해 있기 때문이다. 한창 친위대와 싸우고 있는 혁에게 후는 충고한 것이다.

"...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소리가... 그런 거냐?"

혁이 달갑지 않은 태도로 말했다.

"네가 하는 짓은 야만인의 방식이야."

후가 또 충고했다.

"훗. 야만?"

혁이 조소했다. 그는 후를 비웃고 있었다.

"그래서? 내 방식이 아니면 이태현 그 개x식을 박살낼 방법이 있어?"

혁이 후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어렵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싸워야 돼."

후가 혁의 말을 부정했다.

"그놈의 법이란 거... 믿을게 못 돼. 난 근 1년간  확실히 알았어. 법은 너무 허점이 심해."

혁이 후의 말을 맞받아쳤다.

"혁아."

후가 혁의 이름을 불렀다. 후는 혁을 설득하고 싶어했다.

"이태현의 아버지는 변호사다. 경찰에게 들어서 알고 있어. 아마 경찰, 검사 친구들도 많겠지. 로펌도 운영하고 있고."

혁이 쏟아내듯이 말했다.

"..."

후가 혁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그런 놈을.... 법으로 이기겠다고? 심신미약이니 미성년자니 해서 집행유예,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오겠지. 네 사건 때처럼 말이야."

혁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법에 대한 원망이 잔뜩 서려있었다.

"하지만..."

"...사회는!!"

후가 무언간 반론하려고 했지만 혁이 끼어들었다. 혁은 잔뜩 분노하고 있었고 그의 목에 핏대가 서있었다.

"...사회는 이태현 같은 양아치들에게 교화니 뭐니 하면서 이상적인 해결책을 바라지. 너처럼 이상론을 떠들고 있다고. 근데 그 놈들이 과연 갱생할까?"

"혁아..."

혁이 계속 말했고 후가 대답했다.

"...그놈들은 어차피 어떤 식으로 처벌을 받아도 '아 재수 없게 걸렸네.' 라고 할 뿐이야."

"...그 새x들이 바뀌던 말던 내 알바가 아냐. 난 그저... 그 개x끼들을 내 손으로 박살내고 싶을 뿐이야."

혁이 자신의 신념을 강하게 주장했고 후는 그런 혁을 말 없이 쳐다만 보았다.

"...그러니까... 어?"

땅을 보며 이야기하던 혁이 고개를 들다가 멈칫했다. 앞에 있던 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으음."

그 때였다. 혁이 꿈에서 깨어났고 그는 두 눈을 살며시 떴다. 혁이 잠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후우... 뭐 이런 꿈을 꾸냐..."